교학상장(敎學相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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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제주지역방송통신대학 구내에 내걸린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문구를 볼 때마다 고개가 끄떡여진다. 스승과 제자가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다. 중국 오경(五經)의 하나인 예기의 학기(學記)편에 나온다. “좋은 안주가 있다 해도 먹지 않으면 그 맛을 알 수 없고(雖有佳肴 弗食 不知其旨也), 지극한 진리가 있다 해도 배우지 않으면 왜 좋은지 모른다(雖有至道 弗學 不知其善也). 배운 후에 부족함을 알 수 있고 가르친 후에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게 된다(是故 學然後 知不足 敎然後 知困). 부족함을 안 연후에야 능히 스스로 반성하고 어려움을 안 연후에야 능히 스스로 힘쓴다(知不足然後 能自反也 知困然後 能自强也). 그러기에 가르치고 배우면서 더불어 성장하는 것이다(故曰敎學相長也).”

예전에 사제지간은 이처럼 겸손을 미덕으로 삼아 가르치고 배우면서 더불어 성장했다. 그래서 스승은 제자들이 후생가외(後生可畏) 하기를 바랐으며, 청출어람(靑出於藍) 하기를 원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우울한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현직 교사가 올린 글도 있다. ‘스승’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기념일을 ‘스승’이 원치 않고 있다.

교권 침해도 교육현장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것도 대부분 제자가 했다. 제자가 자신을 가르치는 스승을 상대로 폭언과 욕설하고, 성희롱하고 폭행했다. 스승도 제자의 행동이 자신의 금도(襟度·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를 훨씬 넘어섰다고 판단해 예전과는 달리 신고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제자와의 만남도 피하고 있다. 교육청의 ‘선생님 찾기’서비스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스승들은 오히려 연락처 공개를 꺼리고 있다. 사생활 노출도 우려하지만, 불순한 의도로 연락하는 제자들을 부담스러워서이다. 보험이나 상품 구매를 부탁하고, 심지어는 돈을 빌리거나 옛일을 들먹이며 폭언·위협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쯤 되면 교학상장이 아닌 교학상망(敎學相亡)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15일 스승의 날은 세종대왕 탄신일이기도 하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야말로 영원한 스승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 의미를 제대로 되새기지 못해 안타깝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고, 손바닥은 혼자서 소리를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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