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만 지켰어도 실습생 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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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습생으로 일하다 숨진 고(故) 이민호군의 사망사고에 대한 제주도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는 모두를 부끄럽게 만든다. 모교는 물론 교육청조차 현장실습 점검을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된 거다. 특히 일부 교사는 기업체 현장지도를 제대로 한 것처럼 허위 보고서까지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을 노동자로 보고 내몬 게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도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 무엇보다 도교육청의 현장실습 실태 점검이 부적정했다고 한다. 조기실습만 해도 학교실습운영위원회 심의와 교육청 승인 후 이뤄져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또 근로감독관과의 산업체 합동점검도 수개월이나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 실책이 모여 실습생 사망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분명코 비난받아 마땅한 직무유기다.

얼빠진 학교행정도 그 못지않다. 일부 지도교사는 기업 측의 답변만 듣고 실습시간 위반사항이 없다는 형식적인 ‘방문점검 보고서’를 작성했다. 산업체를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현장을 방문했다는 거짓 보고서를 낸 것이다. 하지만 이군은 초과근무는 물론 야간·휴일 근무에 내몰렸다는 게 감사 결과다. 공무원으로서 성실의무를 망각한 책임을 엄단하지 않을 수 없다.

도감사위는 감사를 통해 8건의 행정처분과 관련자 7명에 대해 경고·주의 조치토록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솜방망이 처분을 지켜보는 도민들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앞서 고용노동부의 조사에서도 이군은 하루 7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12시간이 넘는 연장근무에 시달렸다. ‘실습’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현장실습이 합법적으로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제도가 돼선 결코 안 된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응용하고 익히도록 하는 취지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인력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어떤 대안이 나올지는 몰라도 안전하고 인권이 보장되는 실습환경이 전제돼야 한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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