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향기 속에
오월의 향기 속에
  • 제주신보
  • 승인 2018.05.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복언, 시인·수필가

오월은 생명의 푸른빛으로 성장하는 달이다. 온갖 꽃들의 춤사위가 덩더쿵 흥을 돋우면 잎들도 진초록 물감을 시퍼렇게 뿜어 놓는다. 다사로운 햇볕이 시린 마음을 감싸고 낮게 드리운 에메랄드빛 하늘이 미소로 굽어본다. 만물이 어우러져 향연을 즐기느니, 그래서 계절의 여왕이라 하는가 보다.

사람도 사람답게 살고자 갖가지 기념일로 오월을 엮어 놓는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유권자의 날, 스승의 날, 발명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석가탄신일, 바다의 날…. 다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조각그림 퍼즐을 맞추듯 저마다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때 좀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리라. 크고 작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따스한 배려와 살가운 소통으로 애정의 마음을 나눈다면 그게 메마른 땅을 적시는 단비가 아닌가.

척박한 땅에서도 꽃이 피듯, 동토를 녹이는 해빙의 훈풍이 불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웃는 모습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하였다.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는가?” 김정은 위원장의 말엔 가식의 무늬가 섞이지 않은 듯이 들렸다. 때가 되어 시간은 인간에게 위대한 역사를 쓰게 하려는가 보다.

6월 12일엔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이다. ‘두 정상은 세계 평화를 위한 아주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다. 상서로운 국운이 한 걸음 한 걸음 목전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평화야말로 공존의 출발점이며 종착지다. 손뼉 치며 좋은 결실을 고대한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를 만들려고 제정된 날인데, 그 뜻이 퇴색해 버린 요즘 세태가 안타깝다. 예전에는 손 편지나 작은 선물로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하며 사제 간의 정을 도타이 했는데, 행사는 고사하고 꽃 한 송이도 부담스러운 현실이 되고 말았으니.

스승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사라지면서, 엎드리고 절 받는 자괴감을 벗어나고자 스승의 날을 아예 재량휴업일로 정한 학교도 적지 않은 듯하다. 심지어 스승의 날을 없애 달라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교사도 있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닌가. 선생님의 사기를 진작하는 건 우리 모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이 살아야 사회가 성숙하며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기 대문이다.

교육은 학교 울타리나 가정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사회 전체가 실질적 교육의 장이다. 교권이 떨어질수록 교사는 권위를 일으켜 세워야 하고, 학부모는 자기 자녀들만 앞세우려는 마음을 반성해야 하며, 사회는 교육의 거울로 좋은 본을 비추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스승이요 제자로 자각할 때 내일을 경이롭게 내다볼 수 있으리라.

자연과 신앙도 위대한 스승이다. 자연은 배척하지 않고 만물을 포용하고, 신앙은 고독한 영혼을 위로하며 우주의 본질을 찾아 그 길을 걷게 한다.

학생 시절 은사님께 마음의 큰 절 올리고, 혼신으로 제자의 가슴에 희망과 지혜와 사랑을 심는 선생님들께 마음의 꽃다발을 바치며 고개 숙인다.

오늘은 스승의 날, 오월의 향기 속에 사랑의 꽃 한 송이 품에 한가득 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