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새에게 말하길
나무가 새에게 말하길
  • 제주신보
  • 승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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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시인

산천단 곰솔 아래 앉아 650년 세월의 무게를 느껴 본다.

가벼운 산비둘기 몇 마리 누구를 부르는지 제법 시끄럽다. 아니, 귀 기울이고 들어보니 곰솔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미련한 소나무야, 관덕정에 가보았니? 일출봉 해맞이는 해보았니? 묵묵히 웃고 있는 곰솔을 향해 다시 묻는다. 정방폭포 그 웅장한 물소리는 들어보았니? 미소 짓던 곰솔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비둘기야, 너는 너의 할아버지 모습을 본 적이 있니? 조선시대 제주 목사들의 온화한 모습과 응큼한 웃음과 간사한 표정을 본 적이 있니? 부끄러워 입을 다문 산비둘기에게 다시 말한다. “너는 내 몸에 박힌 4·3의 총탄이 얼마나 아프며 그날의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를 아니? 부끄러운 산비둘기가 파드득 날아간 하늘엔 정적만 감돌았다. 누가 이 나무를 심었을까.

오늘은 스승의 날!

40년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즐거웠던 지난날이 스쳐지나간다. 한 편에선 산천단 곰솔처럼 공간의 이동을 몰라 지적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도 모르고 설쳐댔던 지난날이 부끄럽고, 산비둘기처럼 시간의 흐름과 깊이를 알지 못하고 과거를 알고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갖지 못한 채 학생들을 가르친 가벼움을 반성하게 된다. 그래도 열정은 있었고 학생들의 존경은 있었다. 스승의 날 아침, 그 흔한 카네이션 하나 선생님 가슴에 달아드리지 못하는 김영란 법의 현실을 개탄한다. 억억 소리나게 먹으며 갑질하는 정치가, 고급관료, 기업가에게나 필요한 법을 극히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대다수 선생님들을 모욕하는 이 법의 빠른 개정을 촉구한다.

오늘도 교차로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켜선 따뜻한 선생님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우리 선생님들도 현실에 안주하고 불평만할 게 아니라 먼 훗날을 내다보며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자.

산천단 곰솔! 누가 심었는지 모르나 늘 우리에게 위안과 평화를 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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