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의 메타포(Metaphor)
우체부의 메타포(Metapho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1990년대에 제작된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우체부)는, 시인과 우체부의 관계를 통하여 시가 무엇이며 시인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보여준 영화이다. 시적 상상력을 잃어버리고 구태여 시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를 위하여 의미있는 영화라 생각된다.

파블로 네루다는 얼마 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될 시인인데, 사회주의자였기 때문에 칠레로부터 망명하여 이탈리아의 어느 섬으로 가게 된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세상 많은 사람들이 시인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조그만 섬 마을에 우체부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래서 우체부가 된 사람이 영화의 주인공 마리오이다.

우편물을 주로 받아볼 사람은 그 시인이었다. 우편물을 전하면서 대화가 오가는 동안에 우체부에게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우체부와 시인 사이 대화에서 메타포(시적 은유)라는 단어가 부각되어 나타난다.

마리오는 시인에게 듣고 배운 메타포를 실습하며 살아간다. 마리오의 메타포는 어느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혼하게 된다. 현실은 절대 반대하는데, 시와 메타포가 두 사람을 결혼하게 만든 셈이다.

시간이 흘러 시인 네루다는 칠레로 돌아가게 된다. 네루다가 떠난 후 이제 마리오가 그 섬의 시인이 되어 살아가게 된다. 정치적 사건들이 현실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혼란과 시위 과정에서 시인 마리오는 생명을 잃게 된다. 그리고나서 얼마 후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가 그 섬을 찾아오면서 영화는 결론적 분위기를 만들어가게 된다.

영화 전체가 시와 메타포처럼 보였다. 직업 없이 뒹굴던 마리오가 우체부 된 이야기, 시와 메타포를 전하고 배우는 이야기, 메타포를 통하여 여인을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들 모두가 메타포처럼 보였다. 정치적 인물들의 위장된 언행이 그들의 현실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가는 이야기조차도 메타포처럼 표현되었다. 시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시와 메타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게 해주는 영화였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현실에서도 시와 메타포는 희망과 진실이 숨쉬는 공간이 되어준다. 그래서인지 현실의 강자들은 시와 메타포에는 관심이 없다. 가난한 나그네들의 향수 이야기이거나 게으른 지식인의 희망 이야기라고 무시하고 만다. 우리의 시대는 시와 메타포를 등지려는 시대이다. 우리의 네루다와 마리오가 현실과 소유와 권력에 흡족하려는 만큼 시와 메타포는 멀어지고 만 것이다.

이 시대에 가장 가난한 계층은 시인이라고 한다. 시인이 가난하다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네루다와 마리오가 시와 메타포로부터 너무 멀어졌기 때문에 그 많은 시인들이 가난하게 된 것이라면, 우리 시대의 인간들은 희망을 내버리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현실 이상의 존재가 되게 하는 것이 시와 메타포이다. 그래서 현실의 강자인 정치인들에게 시와 메타포가 더욱 더 필요한 것이다. 지금 힘 있는 그들이 ‘지나온 현실’과 ‘언젠가 다가올 현실’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끔은 현재의 힘과 소유를 넘어서는 시와 메타포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