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보육교사 살인 용의자가 사건 이후 9년 만에 붙잡혔다.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자칫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했다. 형사들의 끈질긴 추적과 과학수사가 더해져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본다. 범인을 반드시 붙잡겠다는 수사팀의 의지는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기 미제사건 해결의 본보기이며 제주경찰 수사력의 개가라 할 만하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그제 경북 영주에 있던 박모씨(49)를 살인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 택시기사였던 박씨는 2009년 2월 1일 보육교사 이모씨(당시 27세)를 제주시 용담동에서 태워 애월로 가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시에도 박씨는 유력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이후 사건은 9년간 미제로 남았다.
사건이 해결된 데는 과학수사 기법의 덕이 컸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재수사를 시작해 사망 시점과 물적 증거 등을 수집했다.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와 과학수사요원들이 동물실험 등으로 이씨의 사망추정 시간을 실종된 2월 1일 새벽 3시부터 사흘 이내에 사망했다는 새로운 결론을 냈다. 이로 인해 박씨의 알리바이가 깨지며 범인으로 특정된 것이다.
17일 현재 용의자 박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의 혐의 입증에 주목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제사건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제주만 해도 해결되지 않은 강력사건이 꽤 된다. 변호사 피살사건(1999년), 소주방 여주인 살해사건(2006년), 동홍동 주부 피살사건(2007년) 등이 꼽힌다.
이번 일의 교훈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현대범죄의 대응책은 과학수사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범죄 예방과 조속한 범인 검거를 위해 과학수사의 인프라를 갖추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앞으로 치안대책을 보강할 때 가장 유념할 사안이다. 단 한 명의 억울한 죽음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사회정의다. 경찰의 자존심을 걸고 미제사건에 더욱 분발해주길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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