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련자-스트레스로 인한 흉통, 복통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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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제주 올레길을 걷다보면 어딜 가나 돌담 사이사이로 흔히 보이는 나무가 있다. 이맘때 보라색 꽃을 무성히 피우는데 바람이 불 때면 하늘거리는 모습이 마치 응원수술을 흔드는 것 같다. 바로 제주어로 마주목또는 멍쿠실낭이라고 하는 멀구슬나무이다.

지금 막 한창인 멀구슬 꽃도 볼거리지만 황량한 겨울에 황색의 멀구슬 열매가 치렁치렁 매달린 모습도 인상적이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폭낭과 함께 동네 어르신들이 찾는 그늘 자리로도 안성맞춤이다.

천련자(川楝子)’는 천련(Melia toosendan Siebold et Zuccarini) 또는 멀구슬나무(Melia azedarach Linne)의 열매이다. 기울증(氣鬱症)을 풀어주므로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가슴통증, 옆구리통증 또는 복통을 치료하고 기생충으로 인한 충적복통에도 응용한다.

멀구슬나무의 줄기껍질 및 뿌리껍질은 고련피(苦楝皮)’라 하여 구충약으로서 장내의 기생충을 없애는 데 쓰인다. 현대에는 거의 없어졌다시피 한 질환이지만 예전에는 흔했던 만큼 요긴한 약재로 쓰였다. 천련자와 고련피 모두 독성이 약간 있어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또 비위가 허한(虛寒)한 자는 복용을 금한다.

국내의 한 제약회사가 몇 해 전부터 멀구슬나무 열매의 추출물로 치매 관련 질환의 예방 및 치료와 인지기능 개선 목적의 천연물신약을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에 따르면, 멀구슬나무 열매의 추출물은 치매의 주요 발병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함과 동시에 신경세포 보호 효과를 유도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치매가 유발된 형질전환 동물모델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해 수중 미로 등 행동시험에서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보인 것이다.

또한 근래에 곤충에 혐오감을 주는 냄새를 이용하여 친환경 살충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예전에는 멀구슬 열매의 과육을 벗기고 딱딱한 부위인 핵을 취해서 가운데를 구슬 꿰듯이 꿰어 베개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기도 했다. 현재도 멀구슬 열매의 핵으로 염주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제 여름이 되면 길가의 멀구슬나무는 매미의 주요 서식처가 될 것이다. 독성이 문제가 안 되는지 줄기가 연해 수액을 빨아먹기 쉬운 멀구슬나무를 제주의 말매미들이 유독 좋아한다.

필자의 유년기 때만해도 아름드리 멀구슬나무의 줄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미들이 매달려 있었다. 인기척이 느껴지면 멈추었다가 지나가면 다시 울어대는 말매미 소리는 자동차 경적소리보다 심할 정도였다.

그저 말매미의 안식처로만 인식했던 멀구슬나무. 이 나무의 열매를 이용한 치매 관련 약이 현재 임상시험에 단계에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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