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에 반짝이는/김순국
‘길섶의 돌멩이 주워/부처라 이름했다//부처가 나를 향해/시인이라 이름했다//촉촉이 봄비가 내려/돌멩이를/적신다//’(시 ‘돌멩이 하나에도’ 전문)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처럼 한스럽고 안타까운 건 없다. 자식을 회상하며 늘 그리움에 눈가가 촉촉해 질테니.
김순국 시인이 먼저 하늘로 떠난 맏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반대편에 반짝이는’ 시집을 발간했다.
아들과 함께 걸었던 그 길을 지금은 혼자 걸으며 그 때 그 시절을 눈을 감고 가만히 회상해 본다.
또 시집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작품마다 천자문 한 글자씩이 붙어 있다. 이것 또한 남다른 작문의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 천(天)’에서 ‘어조사 야(也)’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시조 1000 수 이상을 써낸, 국내 몇 안 되는 시인이기도 하다. 김순국은 여기에다 정직성, 지속성, 창의성이라는 세 가지의 마음가짐으로 ‘천자문 따라 시조 쓰기’의 천 계단을 오르고야 말았다. 천자문 글자 한 자 한 자야말로 곧 시의 세계를 향한 징검돌이었다는 것을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고정국 시인은 해설에서 “이 시의 표제가 ‘반대편에 반짝이는’인 이유를 알 것 같다. 빛의 바늘귀가 새벽 창문 틈으로 스며들 듯, 아름다움의 뿌리도 아픔 또는 어둠 속에서 자양분을 흡수한다는 의미라 해도 무방하다”며 “테마 있는 습작들이 모여 좋은 작품이 됐다”고 평가했다.
책만드는집 , 1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