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소비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정숙, 제주대 생활환경복지학부 교수, 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 센터장/논설위원

인간은 소비하는 존재다. 상품을 소비하고, 자연을 소비한다. 약 76억 인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소비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인정 받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최대한 자극하며 소비를 부추긴다. 근검, 성실, 명예 같은 덕목들이 풍요, 유행, 명품 같은 소비가치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물질적인 소비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비의 질이 삶의 질이고 많이 소비할수록 행복해진다고 믿고 있다. 더 많은 소비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배고픔’의 고통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밥 먹는 행위를 통해 행복을 느끼기는 어렵다. 풍요로운 사회에서 빈곤이란 배고픔이 아닌 계속 구매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행복을 줄 것이라고 기대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없는 것이 빈곤이고 불행인 것이다. 저것만 가지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습관처럼 되뇌고 있지만 실제로 그 소비를 통해 행복하다고 느끼는 기간은 의외로 길지 않다.

절약하며 열심히 돈을 모아 소원이었던 명품 브랜드 신제품 가방을 구매했을 경우에도 그 가방으로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한 달 정도일 것이다. 명품 브랜드는 대개 시즌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다. 같은 수준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사치는 잠시 동안은 기쁨과 위안을 줄 수 있으나 행복을 지속하게 해 줄 수 있을 만큼 근원적이지는 않다. 더 좋은 명품을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만들 뿐이다. 사치품은 욕망을 더 두꺼워지게 만든다.

돈이 있으면 계속 소비생활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무한한 인간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고급 주택이나 자동차를 사면 얼마동안은 기쁘고 행복하지만 곧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평범해지게 된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과 일반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나 최고급 승용차를 타는 것과 일반 승용차를 타는 것에서 우리가 느끼는 만족감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큰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심리적인 원인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이 소비하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허황된 믿음이며 소비에 대한 환상일 뿐이다. 어느 정도의 소비능력이 있으면 소비가 더 이상 행복의 조건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불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할수록 행복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한다.

더 잘 살고 더 잘 보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며, 성취와 과시 욕망은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정신적·문화적 실천이 아니라 소비로 나타나는 데 있다. 왜 이 상품을 원하는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인지를 진지하게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 삶을 즐기는 방법이 다양해질수록 행복해질 수 있다. 고가품을 구매하는 열정을 정신적·문화적 삶을 사는 열정으로 바꾸어 보자.

아름다운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아름다운 소비는 구매가 자선이 되는 소비이다.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소비를 통해 아름다운 지구와 세상을 만들어감으로써 삶의 아름다움도 높여가는 것이다. 사회공헌·친환경 등 우리 사회와 환경을 아름답고 살기 좋게 만드는 상품 소비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높이고 지구촌 빈곤문제와 환경문제를 개선하는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진정한 명품은 행복한 삶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