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일등(貧者一燈)이란 말이 있다. 가난한 여인 ‘난타’의 이야기에서 연유한다. 어느 날 인도 사위성(舍衛城) 아세사라는 왕이 부처님을 초정해 등 공양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렇지만 미천한 천민 출신인 난타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동전 두 닢을 겨우 구걸하여 기름을 사고 부처님을 위해 작은 등을 켰다. 밤이 되자 왕과 귀족들이 올린 화려한 등들은 기름이 다해 하나둘씩 꺼졌다. 그러나 난타의 보잘 것 없는 등만은 여전히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을 염려한 목련존자가 불을 끄려했으나 꺼지지 않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가난하지만 지극한 정성과 간절한 소원으로 올린 등이기에 거센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여인은 그 공덕으로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니라.” 라고 하셨다. 물질이 많고 적음보다는 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사찰마다 오색 연등이 가득하다. 또한 제주시청, 서귀포시청을 비롯한 관공서에도 자비광명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미 점등식을 하고 등을 밝히고 있다. 등불이 어두운 세계를 밝게 비추듯 무명(無明)에서 벗어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특히 부처님 앞에 연등을 밝히는 공양(供養)은 지혜, 해탈, 자비, 선행, 제생(濟生: 중생을 구제하는 것) 등을 의미하는 깊은 뜻이 있기도 하다.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께서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봉축표어인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축원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급변하는 오늘날, 우리 종교인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비와 공심이라며 이것은 그리스도교의 중요 계명인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고 말했다. 또한 유무형의 불교문화는 종교를 떠나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됐다며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열리는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원만히 이뤄지기를 기원한다고도 했다.
오늘은 부처님오신날, 내 자신이 알게 모르게 지은 죄와 번뇌 망상을 태워버리는 참회의 등 하나 마음속에라도 밝혀야겠다. 그러면 한결 밝고 행복한 삶이 새롭게 시작될 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