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날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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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지난주 한 컷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에 들어서면서 바닥에 묻힌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망월동 묘역’으로 불리는 5·18 옛 묘역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이 처음 묻힌 곳이다. 대부분 묘지가 그 후 1997년 조성된 ‘국립 5·18민주묘지’로 이장된 후 지금은 민주화 운동 인사들의 안식처이다.

전두환 기념비는 애초 1982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망월동 묘역 인근인 전남 담양군 마을을 방문했을 때 묵었던 민박집에 세워졌던 것이다. 이후 1989년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가 이를 부순 뒤 5·18 옛 묘역으로 옮겨 참배객들이 밟고 가도록 땅바닥에 박아 놓았다. 과거의 악행에 대한 응징인 셈이다.

▲권력의 과거 만행은 감출 수도, 감춰지지도 않는다. 그 권력이 컸던, 작았던 것에 상관없이 때가 되면 그 진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발설된 후에는 이 입 저 입을 통해 세상에 돌아다니며 뭇매를 맞기도 하고,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대개 큰 권력의 그림자는 짙고 크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출마자들의 과거는 현재로 소환된다. 경우에 따라선 조상님도 대상이다. 선거철엔 무덤에 있는 조상님도 벌떡 일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6·13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들 간에 도덕성 검증이 뜨겁다. 사안에 따라서는 벼랑 끝 공방을 벌이고 있다. 도덕성 검증은 과거 행적 들추기와 같은 맥락이다. 국회의원 3선과 제주도지사, 제주도의회 의장과 청와대 비서관, 제주시장과 정무부지사, 제주도 기획관 등등. 모두에게 과거는 화려했다 할 수 있다. 그때는 ‘민박집 기념비’ 못지않은 찬사도 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민심은 이들의 과거를 통해 제주의 미래를 점치고 있다. 건강한 민심 작동이라 할 수 있다. 그 민심은 슬슬 눈치만 보는 비루한 강아지도 아니고, 사정없이 물어뜯는 굶주린 하이에나도 아니다.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 젊은 사자다. 민심은 그들에게 “그때 무엇을 했는가”를 묻고 따지고 있다.

▲민박집 기념비도 영원할 줄 알았을 것이다. 누군가의 발바닥에 있을 것이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데 화려한 날의 유한함을 어쩌랴. 모든 게 인과응보요 자업자득이다. 요동치는 6·13 민심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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