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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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순, 수필가

인류역사의 일상에서 필수불가결의 요소라고 여겨지는 돈의 의미는 무엇인가. 삼국시대에는 교환경제의 매개물인 물품화폐로 곡물과 베나 비단이 사용되었다. 고려와 조선시대는 건원중보와 상평통보 같은 주화가 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는 동전과 지폐 유가증권이 재화의 수단으로 통용되고 있으나, 이제 가상화폐까지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 지폐와 동전이 그대로 사용될지 돈이 어떤 형태로 변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돈은 상품교환의 매개물로 가치의 척도·지급의 방편·가치의 저장수단으로 유통되는 재화이다. 돈이란 일상의 수단으로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경제 활동을 하고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하며 살아간다.

돈은 인류가 의식주를 해결하고 삶을 영위하는데 꼭 필요한 재화이다. 그래서 시대에 따라 효용가치는 다르지만 돈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매체로 작용한다. 빈부의 격차에 따라 삶이 윤택해지고 피폐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빈부에 따라 행복과 불행, 삶의 질이 정비례하는 건 아니다.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으나 행복한 가정은 살 수 없듯이 행복의 척도는 돈이 아니라 내면에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이후 돈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천민자본주의 세상이 펼쳐졌다. 이어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부유한 상층집단이 형성되어 왔다. 소수에 편중된 부와 황금만능주의는 선량한 대다수 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다. 권력형 부정 축재와 가진 자의 갑질 횡포는 서민들의 처절한 허탈감과 공분으로 이어져 양극화의 갈등으로 점철되기에 이르렀다.

경제민주화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 풍조가 팽배하다. 탐욕을 채우는데 혈안이 되어 부동산투기·뇌물수수·권력형 부정 축재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부패가 횡행하고 있다.

더욱이 역대 대통령들이 돈에 얽힌 부정부패로 단죄되고 있는 현실에 가슴이 시리다. 최고 권력자들의 연이은 부정부패에 세계인들이 ‘청와대의 저주’라며 비웃고 있다. 최고 권력을 갖고 재물도 충분할 터인데 무엇이 부족하여 부정한 돈을 탐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재물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

권력자와 부유층에는 고귀한 신분에 따른 윤리적 의무가 있다. 이를 저버린 부패한 자들의 권력과 부는 부러움과 존경대상이 아닌 질시의 대상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기업가와 부자들의 기부와 부의 사회적 환원이 점차 확대되는 것은 다행이다. 그것은 소박한 자선행위를 초월한 부유층의 책무이행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신분에 맞는 윤리와 직분을 다할 때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는 격상되고 존경 받게 된다.

세상에는 근검절약과 피땀 어린 노력으로 모은 재화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환원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훈훈한 인정과 미덕이 있기에 우리 공동체사회가 건재한 게 아닐까.

돈을 버는 것은 인간의 완성에 근접하기 위한 수단일 뿐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순 없다. 돈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며 분수에 맞는 삶 속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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