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합격해 4주간의 교육을 받고 영천동주민센터에 발령받은 지 한 달이 넘었고, 아직도 첫 출근의 떨림이 생생하다.
첫 직장생활이라 걱정을 가득 안은 채 긴장하며 들어섰다. 낯선 환경 속 낯선 자리에 혼자 앉아 계속해서 들어오는 민원인들과 쉴 틈 없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아 눈치 보기 바쁘던 내게 주어진 것은 업무와 관련 된 지침책 한 권이었다.
드디어 할 일이 생긴 것 같아 서둘러 지침을 펼쳤다. 첫 페이지를 펴니 보이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쓰인 난해한 것들뿐이었다. 읽어도, 읽어도 머리에 남지 않아 지침을 읽고 있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인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지침을 읽지 않으면 나중에는 볼 시간이 없다는 말에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붙들고 일주일을 지침만 읽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내게도 조금씩 일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지침을 많이 읽었음에도 막상 일을 맡자 생각나는 것은 거의 없었지만, 전임자에게 묻고나서 항상 느꼈던 것이 ‘아 지침에서 봤던거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답을 들을 때 빨리 이해가 됐고, 지침에서 봤던 어려웠던 내용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가 있다. ‘민원인에게 당당하려면 확실하게 알고, 많이 알아야 한다’라는 말이다. 조금씩 일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지금, 저 말만큼 맞는 말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민원인에게 당당할 수 있도록 업무에 대한 지식을 더욱 향상시키는 데 노력하겠다.
하범수, 서귀포시 영천동주민센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