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이 땅의 노인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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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구, 시인·수필가·前 애월문학회장

오늘날 이 땅의 노인들의 현실은 참담하다. 가난과 외로움, 냉대뿐이다.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자신을 위해서는 모은 돈 한 푼 없다. 당장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비참한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 일제치하에서 태어나 6·25의 참상을 몸소 겪었고 국민소득이 몇 백 달러도 되지 않던 1960∼70년대의 보릿고개를 견디며 피땀을 흘려 일했던 노인들이다. 자식을 대여섯씩 나아서 전후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해 주었고, 헐벗고 살면서도 뜨거운 교육열로 자식들을 경제 중흥의 일꾼으로 길러냈다. 그리고 어렵게 살면서도 부모를 봉양했건만, 봉양이란 말을 잊고 정작 자신들은 자식들과 떨어져 고독한 황혼을 보내고 있다.

자식들은 부모에 대한 효심은 점점 옅어져만 가고 있다. 자식을 낳고 기르면서 자녀에게 기대려는 부모는 거의 없다. 그러나 중국 주나라 태공망 강상(姜尙)은 ‘자신이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않는데 자식이 어떻게 효도할 수 있겠는가.(孝於親 子亦孝之 身旣不孝 子何孝焉)’라고 가르친 뜻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공자는 효의 정의는 개와 말도 능히 부모를 봉양을 한다. ‘공경함이 없다면 무엇으로 그들과 구별하겠는가’라고 했다. 오늘에도 울림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노인들을 공경하기는커녕 배척하기 일쑤다. 자칫 훈계하려 들다가 봉변당하기 십상이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이 무색하다.

자녀 교육비, 결혼 자금 등으로 허리가 휘어 노후준비를 못한 어르신들에게 지금 와서 ‘인생 잘못 살아왔다’ 핀잔을 준 들 무슨 소용이랴. 오늘의 풍요를 일군 어르신들의 노고에 보답하려면, 노인 빈곤을 최소화하는 데 정치인과 당국의 정책적 대비가 시급하다. ‘정치는 인륜을 밝히고 가난을 면하게 하는 데 있다(明倫免寒)’며, 백성은 재물이 없으면 본심을 잃게 되니 일하여 가난을 면케 해야 한다는 맹자의 가르침을 아프게 받아들어야 한다. 노인 빈곤율은 세계 1위, 그것도 압도적 1위이다. 경제 대국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통계다.

노인 빈곤 해결에는 국가재정만으로 한계가 있고 노후 대비를 위한 심리적·경제적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퇴직하는 순간부터 모든 일을 손에서 놓고 노동시장에서 퇴출시킬 것이 아니라 재고용, 고용 연장, 시간제 근무, 유연근무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통해 단계적이며 점진적인 노동시장 출구전략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노인이라고 일할 힘이 없지 않다. 노인의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 취로 사업을 헛돈 쓴다고 생각하지 말라. 줄줄 새는 낭비성 예산은 따로 있다. 민간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라. 시간제라도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가난보다 힘든 건 고독이다. 돈보다도 벗이 더 절실하다. 노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여가 문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빈곤율과 더불어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다. 질병과 가난도 원인이지만 고독이 첫째 이유다. 서울보다 농어촌의 노인 자살률이 높은 것도 그런 연유다.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라도 노인이라 불리는 날이 온다. 미래의 자신을 보는 마음으로 노인을 봐야 한다. 그래서 노인들이 춤추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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