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그리고 재일 동포의 희망과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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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일본 치바대학교 준교수

한국과 북한의 정상이 분단의 상징이었던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손을 맞잡고 평화선언을 하던 모습은 남과 북만이 아니라 전쟁을 걱정하던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반전과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러한 놀라운 광경을 한반도 밖에서 누구보다도 숨죽이며 지켜봤을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일본에 사는 재일 동포였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아 왔던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이날은 너무나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일본의 미디어도 이날만큼은 코리아타운이나 조선학교에서 재일 동포들의 다양한 반응을 전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일본 각지의 조선학교에서는 함성과 박수, 만세합창까지 터져 나왔다. 한반도 정세의 여파 속에 때로는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성을 오해받기도 하고 그로 인한 차별도 받아야했기에 생중계를 지켜보는 감회는 분명 남달랐을 것이다.

지난 일요일 필자가 사는 지역의 조선학교에서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국제 교류 이벤트가 있었다. 조선학교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운동장에는 통일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교류를 위해 삼삼오오 모여앉은 곳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얘기꽂을 피우고 있었다. 재일 동포 2세라는 한 어머니는 1세인 자신의 고령의 어머니가 정상회담을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린 이야기를 했고, 또 다른 동포는 자신의 친척들은 6·25전쟁으로 남과 북, 일본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데 남북회담을 보고 그 가족들과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얘기를 했다. 통일된 나라의 국적을 가지기 위해 지금까지도 무국적 상태인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한 동포할머니는 빨리 통일이 되어 죽기 전에 한국에서 좋아하는 한류드라마를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그날 같은 장소 또 다른 삼삼오오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날 있었던 아이치 조선고교 무상화 재판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북회담의 기쁨도 잠시, 아이치 조선학교의 일본정부의 조선고교무상화 배제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재판에 대한 기각판결이 내려지는 순간은 재판의 결과를 손꼽아 기다리는 학생들과 동포들에게는 너무나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조선고교 무상화 재판은 2010년에 시작된 일본 정부의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외국인학교 중에서는 조선학교만 부당하게 제외된 것에 당시 학생들이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위자료를 청구한 재판이다. 오사카와 히로시마·도쿄 등 5개 지역에서 같은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중 오사카 지역만 승소하고 도쿄와 히로시마는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청구를 기각하는 이유로 조선학교가 조선총련의 부당한 지배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있고 그로 인한 취학지원금의 유용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를 이유로 조선학교만을 고교 무상화로부터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민족차별과 인권침해이다. 더더욱 안타까운 건 남북회담 뉴스와 달리 이러한 재판 결과를 보도하는 일본의 미디어가 너무나 적었다는 점이다. 같은 날 동포 사회가 동시에 느꼈을 평화에 대한 희망, 하지만 계속되는 패소 판결로 인한 절망, 그리고 일본 언론의 무관심을 생각하면 향후 전개될 남북 관계의 개선과 평화협정이 더더욱 절실해지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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