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넋의 눈물이 한라산을 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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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관음사 충성공원 충혼비(下)
처음에는 '대간첩작전'이라며 은폐···나중에 '대통령경호작전'으로 진실 밝혀
시 '한라산'·노래 '백학'·진혼춤 등으로 영혼 달래···아픔이 사라졌으면···
1982년 2월 한라산 개미계곡에서 장병 53명을 태운 C-123 수송기가 기상 악화로 추락해 전원 사망했다. 충혼비에 올려진 국화꽃 2송이가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1982년 2월 한라산 개미계곡에서 장병 53명을 태운 C-123 수송기가 기상 악화로 추락해 전원 사망했다. 충혼비에 올려진 국화꽃 2송이가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어디서 눈을 들어도 구름 속 거기 서 있다

오름이 오름을 받쳐 하늘 하나 보듬고 산다

딱 한 번 말을 뱉고는 입을 다문 저 사나이

아버지 돌팔매 맞고 가신 지 하마 내 나이

휴화산 이름 하나로 참고 또 기디린다만

모슬포 돌개바람에 실눈 뜨는 수선화

구름의 높이에서 먼 북쪽 멧부리를 봐라

살아온 시간의 멍에 누군들 기적 아니랴

가슴 속 불을 내리면 아플 일 하나도 없다

한라산전문/최영효

 

일간지 사진기자였던 서재철 작가는 당시 참사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현장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바람난장 가족들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일간지 사진기자였던 서재철 작가는 당시 참사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현장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바람난장 가족들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둣빛 나뭇잎 사이로 조팝나무와 참꽃이 활짝 피어 방문객을 반긴다. 충혼비 위에 놓인 검은 베레모가 인사를 한다.

순직한 특전사 중위 이재훈(29)의 누님인, 유족 이재수(74) 씨의 증언을 들었다. “제주는 오랫동안 살아온 제2의 고향이다. 사고 당시(35)에도 제주에 살았다. 큰 사건인데도 한 줄 자막만 내보냈을 뿐, 제대로 된 보도가 없었다. 유족들의 접근도 막았고 사건도 은폐했다. 며칠 후에 부모님과 다른 유족분과 올라가 보니 비행기 폭발 잔해가 남아있었다. 그 당시는 대간첩침투잔전 중이라며 은폐됐는데, 나중에대통령경호작전 중이라고 진실을 밝혔다. 전에는 먼발치서 이곳을 바라만 보다가 돌아갔다. 가슴이 떨려 더 말을 못 하겠다. 이젠 공원이 깔끔하게 정비되어 마음이 편안하다. 이렇게 난장 팀까지 찾아와 추모해주니 기쁘다.”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36년간 꾹꾹 삼킨 울음을 참으며 들려주는 얘기에 목이 메고 눈물이 맺힌다. 그동안 유족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시낭송가들이 최영효 시인의 시한라산을 한 소절씩 낭송한다. 이 시는 2017년 중앙시조 대상작이다. ‘휴화산 이름 하나로 참고 또 기다린다만/살아온 시간의 멍에 누군들 기적 아니랴/가슴속 불을 내리면 아플 일 하나도 없다. ’낭송을 듣고 있던 산새가 화답하는 듯 지저귄다.

이어서 제주에서 유명한 성악가 박근표가백학동무 생각을 베이스의 웅장한 음성으로 들려준다. ‘백학은 전장에서 쓰러진 소련 병사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백학이 되었다는 내용의 소련 민요이다. 풍부한 성량으로 들려주는 노래가 가슴을 적신다. ‘동무 생각의 노랫말처럼 모든 슬픔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춤꾼 박연술과 은숙이 1982년 2월 비행기 폭발로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진혼무를 춘다. 춤사이로 흘러나오는 ‘한라산 아리랑’의 가삿말이 그들의 한과 영혼을 애도한다.
춤꾼 박연술과 은숙이 1982년 2월 비행기 폭발로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진혼무를 춘다. 춤사이로 흘러나오는 ‘한라산 아리랑’의 가삿말이 그들의 한과 영혼을 애도한다.

춤꾼 박연술과 은숙이 진혼무를 춘다. 은숙은사래밭 아리랑을 난장 공연에 맞게 개사한 한라산 아리랑을 부른다. ‘에고 에고 서러워라/불쌍한 우리 서방/한 맺힌 한라산에/새가 되어 날아드네.’박연술이 소복을 차려입고 진혼무를 올린다. 그녀의 춤사위는 한 마리 나비가 날아온 듯 사뿐사뿐하다. 흰 바탕에 동백꽃을 그려놓은 살풀이 천을 양팔에 감고 둥근 원을 그리며 파문을 일으킨다. 맺힌 한을 살풀이 천으로 풀어낸다. ‘아리 아리 아리랑 아라리요은숙이 부르는 한라산 아리랑곡조와 박연술의 춤사위가 어우러져 순직 장병을 위로한다. 이 순간만이라도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연둣빛이다. 여린 잎사귀가 햇살에 빛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 한다는 것과 이런 일이 터졌을 때, 방관하거나 책임회피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 또한 신속한 진실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외침이 한라산에 메아리친다.

 

서란영 연주가는 ‘떠나가는 배’와 ‘Take me home’, ‘You are my sunshine’ 세 곡 을 팬플루트와 오카리나로 연주하며 아픈 영혼을 치유했다.
서란영 연주가는 ‘떠나가는 배’와 ‘Take me home’, ‘You are my sunshine’ 세 곡 을 팬플루트와 오카리나로 연주하며 아픈 영혼을 치유했다.

=현정희

사진·영상=채명섭

그림=홍진숙

시낭송=김정희, 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퍼포먼스=김백기

연주=우상임, 서란영

성악=박근표

춤과 노래=박연술, 은숙

음악 감독=이상철

다음 바람난장은 526일 오전 11, 석주명 나비공원에서 진행됩니다.

예술나무심기 프로젝트에 도민 여러분들의 후원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예술나무심기는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도에 퍼뜨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바람난장이 마련한 프로젝트입니다. 제주의 환경과 생태가 안정화되는 날까지 나무심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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