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
여론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
  • 제주신보
  • 승인 201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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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수필가

여론이란 사회 내 다수의 사람들이 특정한 사회적 쟁점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표명하는 생각과 의견을 말한다. 여론은 정당이나 이익 집단, 시민 단체나 언론 등을 통해서 확산되며 공공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민주 정치는 여론 정치라 불릴 정도로 여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여론이 왜곡되거나 조작된다면 큰일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사회 집단의 보편적인 태도에 자기를 부합시키려한다. 가족이나 친구, 이웃 등 친밀한 인간관계뿐 아니라 직장이나 종교, 학교 등의 관련 조직도 여론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신문·라디오·텔레비전과 같은 대중매체가 여론 형성의 매개체다. 요즘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portal site)가 여론 형성의 창구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인터넷 포털 업체들은 기자가 없고 자체적으로 기사를 생산하지 않으니 언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독자적 편집권을 가진 엄연한 언론 미디어다. 거기에 댓글 달기와 검색순위 결정의 권한까지 지녔으니 막강 언론이라 할 만하다. 포털 업체들의 주장은 언론기관으로서의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다.

여론의 오도는 국민의 진정한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대중의 쏠림현상을 조장하여, 나라를 중우정치(衆愚政治)가 판을 치도록 만들어 헌정 체제의 올바른 작동을 막는다. 요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여론 왜곡으로 우리 정치가 어수선하다. 그런 유사 언론 업체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모든 뉴스는 제목만 노출시키되 제목을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에 바로 링크되도록 하고, 댓글 기능도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만 작성 가능하도록 하며, 실명으로 달 수 있게 하고, 중복 달기나 황당한 내용의 댓글은 언론사의 몫으로 넘기면 어떨까?

댓글 왜곡으로 지탄 받고 있는 어느 포털 사이트는 전통 언론사의 뉴스를 공짜로 받아 댓글과 검색 순위를 조작해 왔다고 한다. 익명성을 이용한 무책임한 선동으로 대중을 자극하여 자신의 사이트에 오래 머물도록 유도한 후, 광고 등을 통해 돈을 벌어왔다는 지적이다. 언론의 자유권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는 보호받으면서, 차용하거나 기계로 만든 아이디와 컴퓨터로 작성이 가능한 댓글을 이용해 조작하고, 국민의 의사결정을 특정 정치세력에게 유리하도록 왜곡하며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여론 왜곡이라는 유혹의 마수는 언제나 정치권력에 기생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에서 다수의 지지를 획득하기만 하면, 자의적 권력 행사로 국가를 통째로 요리할 수 있다는 우리 정치의 맹점과 결탁하여 우리의 헌정 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론은 대중이라는 탈을 쓰고 개인의 선택과 권리를 짓밟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여론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수치스런 우리 사회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여론이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또 여론을 조사하는 방법이 잘못되어 실제 국민의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다.

이제는 우리도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나 여론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비판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는 이성적인 선진 국민으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