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다-최정숙여자고등학교
무진다-최정숙여자고등학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양진건, 제주대 교수 교육학 전공/논설위원

‘무진다-최정숙여자기숙고등학교(Muzinda-Choi Jung Sook Girls’ Boarding High School)’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무진다는 중부아프리카에 있는 부룬디공화국의 부반자주(州)에 있는 마을입니다. 이곳에 ‘최정숙’이라는 이름이 붙은 국립여자고등학교가 오는 9월에 정식으로 개교를 합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매우 궁금하실 겁니다.

부룬디공화국은 우간다, 르완다, 콩고, 탄자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아프리카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나라입니다. 오랜 내전을 끝내고 이제야 민주정치를 회복함으로써 새로운 기대를 받고 있지만 아직은 최빈국으로 문맹률이 높습니다. 청소년 중 10% 정도밖에는 중등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을 비롯한 해외 자선단체에서는 2014년부터 학교를 지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 제주 민간의 지원으로 최정숙여자고등학교가 개교를 하는 것입니다.

제주도 사람들 가운데는 3·1독립운동가이자 의사이며 신성여자중학교, 신성여자고등학교 무보수교장과 제주도 초대 교육감을 지냈던 최정숙 선생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녀는 독실한 신앙인이었습니다. 독립운동가와 의료인, 교육자로서의 활동들은 12살 때 그녀가 세례를 받으며 맹세했던 신앙의 증거들입니다. 신앙이 없었다면 결코 이런 일들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녀에게 신앙의 핵심은 다름 아닌 ‘사랑의 실천’이었고 그것은 교육과 의료봉사로 구체화됩니다.

이런 최정숙 선생의 ‘사랑의 실천’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제의식을 가진 신성여고 출신 여섯 명이 의기투합하여 2014년 6월부터 ‘샛별드리’ 모임을 갖기 시작했고, 빈민국에 여학교를 짓기로 초기 자금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이에 뜻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2017년 7월 ‘최정숙을 기리는 모임’으로 조직을 확대, 발전시키면서 한국희망재단과 함께 드디어 아프리카 부룬디공화국에 여학교를 짓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특히 ‘샛별드리’는 각자 살림을 절약하면서 초기 자금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이들 가운데 도지사후보자 부인은 사회봉사상 상금 전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그녀가 서민 코스프레를 하며 도민을 위하는 척했지만 뒤로는 도민을 속이는 사기극을 펼쳤다’는 선거판의 주장이 얼마나 잘못되고 악의적인 내용인지 증거하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고급리조트 특별회원 같은 혜택을 누리면서 최정숙 사업은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나 땅장사는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학교설립은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으로 초기자금이 모이고 ‘최정숙을 기리는 모임’이 결성되면서 140여명의 제주도 도민들이 후원에 동참함으로써 학교설립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9월에 개교를 하는 ‘무진다-최정숙여자기숙고등학교’는 놀랍게도 아프리카 최초의 국립여자고등학교입니다. 이 학교에서 200명의 여학생들을 잘 가르쳐 교사로 양성하여 아프리카 전역에서 교육운동을 펼쳐나가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는 서울에서 사범과를 졸업하여 교사가 되자 제주도로 내려와 야학운동을 하면서 제주도 여성교육에 헌신을 했던 최정숙 선생의 활동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전개되는 이 흥미로운 ‘사랑의 실천운동’에 함께 동참해보면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함께 제주도를, 아프리카를.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보면 어떻겠습니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논설제목과 내용이 따로 2018-05-28 08:36:13
논설의 제목과 내용이 따로국밥입니다.
학생들도 봅니다.
제주의 유배길에 대해 관심있게 봐왔습니다만
오늘은 정치판에 끼어든 내용에 실망감이 드네요.
유배인들의 갖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래도 옛 선비의 기개는 칭송할만하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써 놓은 양교수님의 논설이 폄하될까 염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