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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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어느 날 집채만 한 고래가 배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낚시꾼들은 고래를 바라봤다.

고래는 낚시꾼을 위협하지 않고 배 주위를 돌며 지느러미로 수면을 치기도 하고 답답하다는 듯 소리도 질렀다.

또한 물 위로 얼굴을 내밀어 한동안 가만히 있기도 했다.

낚시꾼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고래의 의도를 알게 됐다.

고래는 입 옆에 걸려 있는 비닐봉지와 낚싯줄을 없애줄 것을 부탁했던 것이다.

낚시꾼들이 비닐봉지와 낚싯줄을 고래 몸에서 떼어내자 고래는 물속으로 사라졌다.

호주 시드니 해안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고래의 이야기는 2015년 뉴스와 유튜브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오죽 답답했으면 낚시 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까.

그런데 고래는 사람들에게 손이 있고, 그 손으로 자신을 도와줄 능력이 있다고 믿은 걸까.

때로는 상어도 몸에 박힌 낚시를 떼어달라며 잠수부에게 다가선다.

사람을 인식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고래나 상어 등의 사고가 신비롭다.

▲바다 동물이 비닐류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은 앞으로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면 바다가 비닐류에 점점 오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은 고래를 비롯해 물개, 거북이 등의 배를 갈라보면 비닐류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마구 버리는 비닐류 때문에 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인이 매년 쓰는 1회용 비닐봉투는 2015년 기준으로 211억장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한국인의 1인당 비닐봉투 사용량은 핀란드의 100배, 아일랜드의 20배다.

문제는 비닐류가 삭아 사라지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땅에 묻으면 토양이 오염되고, 태우면 공기가 오염된다.

▲청정제주도 비닐류에 덮일 판이다. 비닐류 쓰레기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

라면을 사도, 과자를 사도 남는 것은 비닐봉지뿐이다.

제주에 비닐류 재활용 시설을 늘려 이를 해소하는 길밖에 없다.

비닐류 재활용 사업이 흑자를 보기 어렵다면 공공기관이 운영하거나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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