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커피와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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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이지만, 야생 커피를 처음으로 재배한 곳은 예멘이다. 이 두 나라는 홍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예멘의 커피는 ‘모카커피(Mocha coffee)’로 유명한 항구도시인 모카항을 통해 유럽을 거쳐 아시아와 아메리카로 퍼져 나가면서 세계인의 음료가 됐다. 그래서 ‘모든 커피는 모카로 통한다’는 말이 나왔다.

예멘은 우리에게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유명한 아덴만을 소말리아와 양쪽으로 끼고 있다. 지금은 소말리아 해적으로 유명하지만, 아덴만도 모카항과 더불어 커피를 전 세계로 퍼지도록 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이처럼 예멘은 커피 역사에서 보석처럼 찬란한 존재다. 예멘이 없었다면, 커피는 아프리카의 밀림에 묻혀 ‘이름 모를 나무’로 생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났지만, 예멘에서 입신양명한 셈이다.

▲이런 예멘이 최근 제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나라를 떠난 난민(難民)이 대거 제주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격렬한 내전으로 1만명이 숨졌고,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1235달러(2016년)에 불과할 만큼 세계 빈국으로 전락했다. 사정이 이러자 국외로 대탈출(Exodus)이 벌어지고 있다.

그중에 제주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16년 10명, 2017년 52명이던 것이 올해만 325명이다. 대다수가 20대 젊은이들로, 조국에 있으면 내전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제주의 무사증제도도 선택의 여지가 되고 있다. 이들은 입국 즉시, 난민 대기자로 이름을 올리면 최소 6개월 체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난민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 온 난민 신청자는 3만2733명으로, 이 가운데 불과 792명(2.4%)만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선 자신의 나라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대개가 허겁지겁 대탈출에 합류한지라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한때 가장 번성했던 중동국가 중 하나였던 예멘. 정부는 오랜 내전으로 통제력을 상실했고, 부족장이나 지방 군벌은 석유자원을 독식하고 있다. 농민들은 마약성 작물인 ‘카트(khat)’재배를 커피보다 선호하고 있다. 더욱이 이 작물은 많은 양의 물까지 필요로 해 지역사회에서 물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커피 한 잔이 많은 것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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