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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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시인·수필가·문학평론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10여 년 전 잘 나갔던 모 드라마의 제목이다. 5월은 각종 행사가 넘침과 동시에 뜻깊은 날이 여럿이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 부부의 날 등 평소엔 잊고 지내다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문득 어느 사람의 글에서 읽었던 예화 하나가 생각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쪽에 있는 바투 동굴의 사연이다.

그 동굴이 있는 산에 한 여신이 두 아들을 데리고 살았다. 맏아들은 영특하나 게으르고, 둘째 아들은 아둔하나 매우 근면하였다.

어느 날 여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을 한 개 얻었다. 그런데 나누어서 먹으면 생명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과일이어서 문제가 생겼다. 여신은 궁리 끝에 이런 제안을 두 아들에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세 바퀴 도는 사람에게 이 과일을 주겠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현재의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지구를 세 바퀴 돌았다. 그러고는 어머니에게 그 과일을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어머니는 “둘째야, 과일은 바로 어제 저녁 네 형이 먹었다.”고 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둘째는 게으른 형이 지구를 자기보다 빨리 돌 리가 없다고 따졌다.

어머니의 말인 즉, 형은 매일 먹고 자고 하다가 어제 갑자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어머니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어머니 주위를 세 바퀴 돌았기에, 형에게 과일을 주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맞는 얘기인 것 같다. 이 세상의 그 무엇이 아름답다 한들 어머니의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어버이날’은 1973년에 ‘어머니날’이라고 하던 것을 이름을 바꿔서 46회째인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가정이 흔들린다고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했건만 갈수록 가파른 이혼의 상승세와 가정폭력이 빈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급속도로 변하는 사회에서 가정과 가족을 이루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부모에게 끝이 없는 사랑을 받고서도 그 1%도 갚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래서 내리사랑만 있고 치사랑은 없다고 하는 것일까.

나도 이젠 효도를 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20년 전에 아버님은 이틀도 채 못 견딘 급환으로 홀연히 타계하셨다. 지금은 홀로 계신 어머님(89세)을 그 두 배로 잘 모시려고 하지만 생각처럼 효도가 쉽지 않다.

“한 분의 어머니는 열 명의 자녀를 훌륭히 키울 수가 있지만, 열 명의 자녀는 단 한 분의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합니다.” 어느 목사의 설교 중 한 마디다.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사람을 인간문화재라고 하는데, 우리 주위에서 인간문화재가 몇 사람이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하는 5월이다.

맞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움을 이 5월에 느낀다면 산다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일 년 열두 달이면 좋지만, 올해는 다시 오지 않는 5월이다. 5월만이라도 삶은 아름다움 그 자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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