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감귤대란을 겪었으면 이를 경험삼아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을 만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2003년산 감귤도 대란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 아직 없다. 특히 올해는 해거리현상에 의해 감귤 풍년이 드는 해로서 걱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근에 있었던 우근민 지사의 발언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장감귤 수매는 고육책일 뿐 근본대책이 못된다. 내년부터 저장감귤 수매는 없다”고 단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구노력으로 성공한 사과산업의 예를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우 지사의 발언이 감귤 행정까지 포기하겠다는 얘기로는 들리지 않는다. 행정기관과 함께 재배농가들도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자구책(自救策)을 마련, 올해와 같은 저장감귤 수매는 없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도산 위기에서 기사회생(起死回生)한 사과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면서 이제는 재배농가들도 지나친 관(官) 의존적 자세에서 벗어나 행정기관의 감귤정책과 재배농가의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믿는다.
사과산업도 1990년대 위기 때는 재배면적이 4만8720㏊나 되었다. 하지만 2000년에 이를 3만여 ㏊로 대폭 줄여 생산량을 조절한 것이다. 그리고 질 좋은 신품종 개발, 추석 전후 미숙과 출하 방지, 브랜드화 등이 사과산업을 되살려 놓은 것이다. 즉 행정기관의 지원에 앞서 생산농가들이 철저하게 자구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제주 감귤도 자구책의 내용 면에서는 사과와 비슷하다. 폐원, 간벌, 휴식년제, 품종 개량, 미숙과 출하 방지, 브랜드화 등등 사과의 경우와 거의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감귤에는 실천이 결여돼 있다. 우선 대규모 감귤재배자의 경우 2분의 1, 혹은 3분의 1 폐원이 급선무다. 차라리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올려 받는 게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
전국의 사과 재배면적이 3만㏊라면 감귤 재배면적은 1만500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저장 능력이 사과에 비해 감귤이 2분의 1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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