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명, 제주에 유채 도입···도민에 경제적 혜택 기회
내년에 나비박사 기리는 한국 최고 생태관 건립
나비
그냥 앉아본다
상수리나무 이파리 끝
눈 먼 생각으로
풋잠이나 꿈꿀 때는
예민한 제주바람이
놓아주질 않는다
섬바람 타는 법은
살다보면 체득 되네
이 땅의 들꽃들이
목숨 하나 꼭 붙잡듯
기류가 역류한대로
내 뜻대로 나는 거다
-홍성운의 ‘나비·8’ 전문
나비와 꽃의 계절 5월이다.
이번 바람난장은 나비박사 석주명이 근무했던 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생약연구소 제주시험장에서 열렸다.
1세대의 육계나무 두 그루가 오랜 세월을 품고 있다. 우리는 그 나무 아래서 난장을 펼쳤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도내 곳곳에서 삼삼오오 40여명이 모여들었다. 한기팔 시인을 비롯한 김순이, 김원욱 시인과 민속자연사박물관 정세호 관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마을 오홍부씨(영천동 농촌 중심지 활성화사업추진위원장)는 “조만간 이 곳을 문화재로 등록할 계획이며, 아마 내년쯤 우리나라 최고의 나비 생태관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첫 공연은 연극인 강상훈 정민자 부부의 ‘KBS 제주사 중에서 나비박사 석주명 제주에 날아들다.’를 낭독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주명 : 일본 가고시마에 가서 어떤 작물의 씨앗을 얻어오세요, 제가 미리 연락해 놓을 테니...
집사 : 그게 뭔지 몰라도 일본꺼지 강 가져와사 될 것꽈?
주명 : 샛노란 꽃이 피는 아름다운 꽃인데 그 씨를 짜면 기름도 얻을 수 있는 아주 경제적인 식물이에요. 제주도민들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럽니다. 번거롭겠지만 다녀오세요,
해설 : 그것은 바로 유채였다. 일본 가고시마 유학시절, 선생은 처음 유채를 접했다. 꽃도 아름답지만 경제작물로써 손색이 없었던 것이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석주명선생에 의해 제주에 처음 유채가 도입되었는데 시험재배를 거친 후 농가에 보급되었고, 이후 감귤과 함께 제주 최대의 경제작목이 되었다. (낭독 공연 중에서)
이어서 노래하는 성요한 신부가 이안 시 ‘나비’ 도종환 시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에 곡을 붙이고 자작곡 ‘느릿느릿 걸어가자’도 선보였다.
‘꽃은 꺾어 왔지만/나비는 데려 오지 못했네.’라는 대목은 마치 이 자리에 오지 못한 석주명 선생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신명이 묻어난다.
시 낭송가 이정아 장순자가 홍성운의 시 ‘나비’를 낭송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스카프를 접었다 폈다 하며 나비의 날갯짓을 했다. 모두가 석주명의 봄 나비가 되었다. - 다음 주에 계속
글=조영랑
그림=유창훈
낭독공연=강상훈·정민자
사진=허영숙
영상=김성수
소금연주=전병규·현희순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장순자)
플릇연주=김수연
음악감독=이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