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권력 만들기
선한 권력 만들기
  • 제주신보
  • 승인 201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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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전쟁은 잔인하고 참혹하다. 전쟁을 벗어나 영구적 평화를 이루려면 공화정(共和政)이어야 한다고 칸트는 말했다.(『영구평화론』) 자유와 법치, 평등의 법칙에 기초한 체제, 억압적 권력자가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권력을 갖는 체제라 한다. 보통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권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좋은 기질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위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비롭고, 신의가 두터우며, 인정 있고, 깨끗하고, 경건하다 따위의 위장. 사람들은 군주의 행위에 대해 결과만 주목하며, 정복과 국가 유지에 성공하기만 하면 군주의 수단은 언제나 명예로운 것으로 판단되어 찬양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인다. “왜냐하면 군중은 언제나 외양과 결과에 현혹되기 때문이다.”(『군주론』)

수많은 양민들을 학살하면서 집권에 성공했던 독재자들이 떠오르고, 레드콤플렉스로 권력 연장을 도모하는 정치 세력, 그에 빌붙은 자본과 언론이 떠오른다. ‘국가를 위해서’라는 수사에 머리를 조아리는 보통 사람들의 슬픈 눈들이 오버랩 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은 결코 강압과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들에 의해 지배되어 온 것만은 아니다. 대커 켈트너 교수는 “여성 참정권 채택, 시민 입법, 언론 자유 운동과 그것이 베트남 전쟁 반전 데모에 미친 영향, 인종차별 정책의 폐지, 새롭게 부상한 동성애자 권리 등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미약한 민중에 의해 이루어졌다. 어떤 강압적인 힘을 가지고 세상을 바꾼 게 아니었다.”(『선한 권력의 탄생』)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가 들고 있는 예시들은 흥미롭다. 18세기 세계 인구 가운데 4분의 3이 노예였으며 유럽 경제는 노예무역에 기반을 두었다. 그런데 케임브리지 대학생 토머스 클락슨이 노예제도의 잔혹성을 다룬 논문을 써서 수상한다. 그 후 그의 취재와 폭로로 노예무역을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났고, 양심적인 영국 의원들의 마음이 움직여 결국 노예제도를 끝장낼 수 있었다고 한다.

미약하기만 한 촛불을 들고 광화문 거리를 수놓았던 우리는 어떠한가? 소수의 지배자와 권력자들을 위해 노골적으로 전개했던 공안 통치의 두 정권을 몰아냈다. 그리고 남북, 북미, 남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는 전쟁 종식과 평화·번영의 드라마가 스펙터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미약한 촛불들을 들었던 보통 사람들이 자신들의 뜻을 진정으로 대변해줄 정권을 뽑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공동체는 최대 선을 증진시키는 사람에게 권력을 부여한다. 관대하며, 용맹스러우며, 현명하며, 갈등 해결 능력이 있으며, 대중 연설을 잘하며, 공정하며, 치우침이 없으며, 신뢰할 수 있으며, 임기응변 능력이 있으며, 도덕적으로 올곧아야 한다.(『선한 권력의 탄생』)

지방 선거가 코앞이다. 우리 보통 사람들의 뜻을 제대로 떠받들어줄 일꾼들을 잘 뽑아야 한다. 이기적이고 제 이익만 챙기면서, 중상모략하고 사회적 분란을 일으키며,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는 근시안적 인물을 뽑는다면 우리의 공동체는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