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출발점
소통의 출발점
  • 제주신보
  • 승인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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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처음에는 당황했다. 내가 혹 사람을 몰라 봐 실수를 한 게 아닐까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를 해 오는 바람에, 미처 마음의 준비가 없던 나는 엉거주춤 고개를 숙이고는 시선을 피했다.

주민이 아닌데도 경비실 아저씨의 공손한 인사는 물론, 아파트 마당에서 주민끼리 말 없이 주고받는 미소도 신선했다. 바쁜 출근 시간이나 퇴근길 피곤에 절은 사람들까지. “안녕하세요.” 내릴 때도 “안녕히 가세요.” 서로 따뜻한 웃음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객지지만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처럼 편안하고 친근감이 느껴졌다.

간혹 이사 왔느냐고 묻는다. 자식 집에 왔다 하면 “그러시구나. 즐겁게 지내다가 가세요.” 한다. 이제는 여러 해를 드나들다 보니 오랜만에 왔다며 살갑게 반긴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면 흐뭇하다. 누구 집 아이일까. 궁금할 만큼 깍듯한 예의가 호감으로 이어지고 아이의 부모가 궁금하다. 바르게 잘 자라고 있구나 하는. 이 아이들이 후일 성인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다면, 틀림없이 밝은 사회가 될 거라는 희망이 보인다.

이처럼 타인의 인사 한마디가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데, 기분을 어느 정도 좌우할 수 있다. 말과 행동에 진심을 담아야 상대방이 다가온다. 성의 없이 의무적으로 하는 건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첫 만남에 손잡아 하는 악수는 관계를 맺고, 거리를 좁히는 소통의 출발점이다.

한동네 오래 살아 이웃들이 마치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하다. 보이지 않으면 궁금하고 혹 이사를 간 게 아닌가, 서로 궁금해 한다. 엘리베이터는 공동주택의 골목길 같아 수시로 만나고 헤어지는 길목이다. 윗집에 사는 중년 여인은 어찌나 상냥한지. 만나기만 하면 가지런한 흰 이를 환히 드러내며 인사한다. 시원한 배 한 조각 베어 먹은 것처럼 상큼해서 늘 기분 좋은 이웃이다. 틀림없이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의 인사성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밖으로 표현을 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마음과 달리 꽁꽁 닫아 답답한 사람도 있다. 지역적인 환경에 따라 성격 형성에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태생적으로 상냥하고 붙임성이 좋은 사람은 주위를 밝게 이끌어 곁에 친구들이 많다. 지금은 자신을 드러내 표현하는 열린 시대 아닌가.

집으로 돌아오면 나도 모르게 먼저 인사를 하게 된다. 객지에서 잠시의 행동이 버릇으로 이어진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답을 기대하지 않고 나만이라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이 한마디가 단순히 안부만을 묻는 게 아니다. 먼 친척보다 가깝다는 이웃으로 살면서, 서로 주고받는 정감의 표현이다.

각박해 메마른 세상에 물기가 필요하다. 너나없이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가벼운 눈인사도 좋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실천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습관이 되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왕이면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준다면 더없이 좋다. 그로 인해 혹 가라앉은 기분이 밝게 깨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사는 서로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로, 세상을 따뜻하게 밝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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