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虎口) 취급받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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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든 후 싸움에 임해야 한다.’ 이른바 선승구전(先勝求戰)이다. 손자병법(이하 손자)에 나오는 말이다. 단순히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나 감을 가지고 전쟁에 나갔다가 병사를 몰살시키고 나라를 위태롭게 할 것이란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필사가살(必死可殺·죽기만을 각오하고 싸우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이란 말로 비장한 각오만을 앞세운 무모한 도전을 경계했다.

이를 실전에서 잘 보여준 명장으로는 이순신 장군을 들 수 있다. 명량해전에서 12척으로 대규모 일본 적선과 맞서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형·조류 등 지리적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명량해협의 울돌목을 전투 장소로 택해 세계해전사에 빛나는 승리를 거뒀다.

▲제주지역에서 6·13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는 모두 106명이다. 이들도 나름대로 선승구전을 구사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관전하는 것도 유권자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손자는 자신이 우세하더라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이를 계(計)라고 하고, 무혈입성을 최고로 쳤다. 선거로 말하면 무투표 당선이다. 이미 도의원 3곳과 교육의원 4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전투를 치르고 있는 후보들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세(勢)’다. 남들이 보기에 우세한 공격력을 갖춰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에서도 낙승을 기대했다가 역전패를 당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그래서 최종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지연·혈연·학연에 기대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돌발변수가 있다. ‘3연’에 자유로운 이주민 유권자들이 상당하다.

다음 단계는 속임수(詭)로, 적의 도움이다. 결정적 순간까지는 ‘나’도 속이고 ‘상대’도 속여야 한다. 선거에 비유하면 자신에겐 호재이며 상대방에겐 악재라 할 수 있는 각종 비리와 추문일 것이다. 물론 평소 내·외부를 잘 살피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했다면 걱정을 붙들어 매도 된다

▲선승구전을 중상모략과 혼동할 수 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잘 관전해야 한다. 자칫 뭘 모르고 부화뇌동했다간 호구(虎口) 취급받기에 십상이다. 후보보다 더 영악해야 한다. 선승구전의 최종 결정자는 어디까지나 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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