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이 괸당보다 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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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6·13 지방선거가 어느덧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공식 선거운동이 중반전을 넘어선 게다. 이제 ‘결전의 날’이 머지않았다. 그런 만큼 판세를 흔들기 위한 후보자들의 흑색선전과 비방도 가열되고 있다. 이래저래 선거판이 뜨겁다.

그래서일까.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선거 얘기다.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저떻고…’ 모임마다 여차여차 저차저차 썰을 푼다. 어떤 이들은 그 과정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골라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마치 정치평론가가 따로 없다. 한데 참말일까. 막상 투표할 땐 선택의 기준이 그렇지 않기에 하는 소리다. 지연·혈연·학연 등 이해관계를 최우선적으로 따졌던 게 우리네 선거 풍토였다. 그간 제주 선거는 ‘이당 저당보다 괸당이 최고’였던 게다.

▲섬으로 이뤄진 제주는 좁다. 한 두 다리 건너면 거의 다 아는 사이다. 태어난 고향과 성씨, 사는 동네와 출신 학교 등 몇 마디만 나누면 바로 인맥지도가 그려진다. ‘형과 아우, 선배와 후배, 삼촌과 조카’ 등 그 자리에서 서열이 가려지는 까닭이다

이게 제주 특유의 ‘괸당 문화’다. 괸당은 멀고 가까운 친척들을 두루 일컫는 제주어다. 넒은 의미론 같은 동네·학교 등 연고 관계로 끈끈하게 얽힌 사람들도 해당된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 오면서 생성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 순기능이 크지만 부작용도 적잖다. 선거 때가 유독 심하다. 무조건 괸당에게 표를 몰아줘 당선에 영향을 미친 게다. 후보자의 됨됨이와 정책은 안중에 없다. 선거 출마자들이 평소에 종친회, 향우회, 동문회 등의 관리에 공을 들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번 선거에 투표할 제주지역 유권자가 총 53만2515명으로 확정됐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4년 전인 2014년 46만7182명과 비교해 14%(6만5333명) 증가한 거다. 제주 이주열풍이 불던 2010년 42만4098명에 비해선 무려 25.6% 급증했다. 그 수만 10만8417명에 달한다.

상당수가 최근 10년 내 제주에 정착한 이주민들이다. 그 비율이 유권자의 20% 내외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괸당보다 이주민들의 향방에 따라 선거 결과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도다. 과연 이들의 표심은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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