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아이도 존중받는 교육 만들겠다”
“한 명의 아이도 존중받는 교육 만들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주도교육감 후보 라이프 스토리-이석문 후보
공부보다 독서를 더 좋아한 ‘용담 토박이’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교육 변화 필요 절감
제주 첫 진보 교육감…고교 무상교육 성과

책 읽기 즐기던 용담토박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후보는 제주시 용담동에서 나고 자란 용담토박이. 이 후보의 현재 주소는 도남동이지만 인생 대부분은 용담동에 스며들어있다. 유년과 학창시절을 이곳에서 보냈고 신혼살림도 용담에서 시작했다.

이 후보는 공부보다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수업은 뒷전이고 몰래 책을 보기 일쑤였다.

특히 삼국지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공부에 소홀할 것을 걱정한 어머니가 삼국지를 모두 태운 일화도 있다. 이같은 경험은 지금의 교육 정책으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 후보는 독서 교육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핵심 토대를 독서 교육으로 여긴다. ‘한권의 책, 생각 나누기공약은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어린시절 사실상 가장의 역할을 도맡았다. 동생들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잔정이 많았지만 가족 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고 확고한 모습을 보였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동생들을 아무런 탈 없이 키운 배경에는 후보자의 가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책임감이 있다.

후보에 대한 지금의 평가 역시 이런 삶의 궤적과 같은 맥락에 있다. 교육감 재임 시절, 주위에서 후보를 향해 잘 웃지 않는다’ ‘딱딱하다’ ‘강하다라는 평가가 자주 나왔다. 어릴 때부터 집안의 큰 어른 역할을 했기 때문인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했다. 가슴 속에는 따뜻한 감성이 많지만 과거 고단한 삶의 흔적이 영향을 미친 때문인지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데 다소 서툴다. 그래서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세간의 평가에 대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기술이 모자라 생긴 오해라며 인간적 매력과 리더로서 진면목을 인정한다.

이 후보는 제주서초와 제주제일중, 오현고를 나온 뒤 제주대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소개팅으로 만난 송여옥 여사(현 초등교사)7년 연애 끝에 결혼하고 2남을 두고 있다.

교육자로서 길을 걷다

1985년 여수 여천중을 시작으로 교사의 길을 본격 걸었다. 하지만 그는 오현고 재직 시절인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으로 해직교사가 되면서 인생의 큰 격랑에 부딪힌다. 해직 후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학원 강사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교단에서 떠나게 했던 전교조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전교조 활동을 통해 제주교육이 풀어야 할 시급한 현안을 확인한다. 이때부터 미래 제주교육의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연합고사 폐지로 일컬어지는 고입제도 개선고교체제 개편의 정책 철학과 방안, 지향점이 전교조 활동 시기에 본격 싹텄다. 전교조 지부장 시절부터 대입보다 어려운 고입을 해결하지 않고는 제주교육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늘 강조했다.

1994년 세화중 교사로 복직한 이 후보는 2000년 전교조 제주지부장에 선출된다.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제주도교육청과 단체교섭을 진행해 학교환경을 개선하기 시작한다. 당시 터진 각종 교육 비리는 이 후보가 제주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이 후보는 이 외에도 적지 않은 일을 해냈다. 2004년 제정된 제주도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사용에 관한 지원 조례제정 운동을 벌였다. 당시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제주연대상임대표로서 주민발의에 나섰다. ‘친환경 급식 전도사로 본격 이름을 알려진 것도 이때부터다.

이는 이 후보가 교육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동료의원들과 발의·제정한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의 시초가 됐다. 이후 2012년에는 제주도친환경우리농산물 학교급식사용에 관한 지원 조례제주도 무상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201010월 제정)를 하나로 통합한 제주도 친환경우리농산물·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동료의원들과 발의·제정했다.

이 후보의 삶에서 ‘4·3’을 빼놓을 수 없다. 4·3유족인 이 후보는 스스로 ‘4·3’운명이라고 말한다. “교사로서 평생 아이들에게 4·3을 바르게 가르치겠다는 다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4·3교육뿐 아니라 4·3 진상규명 운동에도 힘을 쏟았다. 제주4·3연구소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제주4·3유족회 제주시 중부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런 운명적인 삶의 흐름은 교육감 재임 시절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2014년 교육감 취임한 뒤 바로 ‘4·3평화인권교육을 추진했다. 올해 4·3 70주년을 기점으로 ‘4·3의 내면화, 4·3의 전국화, 4·3의 세계화의 실현을 위해 4·3평화인권교육의 확산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았다.

아울러 전국 아이들이 4·3을 바르게 배울 수 있도록 검인정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안마련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4·320203월부터 적용되는 검인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소주제 ‘8·15 광복과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의 학습요소로 반영됐다.

평교사와 전교조 지부장 등을 겪으며 제주교육의 변화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이 후보는 2010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선거에 나선다. 출마부터가 화제였다. 교육의원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진보계열의 교육자가 후보로 나선 것이다. 교장 및 관료 출신의 교육의원이 즐비했던 제주 교육계의 현실에서 과연 평교사 출신 진보계열 교육자가 당선될 것인가 관심이 쏠렸다.

그는 주위의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당선됐고 제9대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더 큰 꿈을 꾸다

이 후보는 교육의원 당시 다양하고 굵직한 조례제정 실적을 남겼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관리 조례안’, ‘제주특별자치도 농어촌지역 학교 초··고생 교통비 지원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제주특별자치도 학생의 정신건강증진에 관한 조례안’ ‘제주특별자치도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한 지원에 관한 조례안’, ‘다자녀 학생 교육비 지원에 관한 조례안’ ‘4·3평화교육 활성화 조례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한 결실이다.

특히 의원 당시 이 후보는 작은학교 살리기에 온 힘을 다했다. 교육청의 작은 학교 통폐합 조치에 맞서 각 읍면지역을 돌며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 통폐합을 막아냈다. 평생 과제로 생각한 고입제도 개선 및 고교체제 개편 또한 각종 간담회 등을 통해 해법을 만들어갔다.

교육의원을 하며 이 후보는 현실의 한계를 마주한다. 의회에서는 교육 행정을 바꿀 수 없음을 절감한다. 그래서 2014년 지방선거에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다. 다자구도로 펼쳐진 선거에서 이 후보는 유일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이 지형을 선거의 승리를 약속하는 유리한 조건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보수가 강세였던 박근혜 정권 때였고, 다른 후보에 비해 이석문 후보의 물적·조직적 토대가 열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과 제주, 이 후보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 이후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배려와 협력, 행복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바뀌었다.

이 후보가 출마 당시 내세운 슬로건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였다. 이 슬로건은 세월호 참사의 뼈저린 성찰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면서, 이 후보는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고 아이 한 명, 한 명을 진정으로 포기하지 않을 교육감의 대안으로 평가받게 된다.

결국 이 후보는 제주 최초의 진보 교육감으로 당선되고, 15대 제주도교육감으로 취임한다. 교육감 재임 시절, 이 후보는 오랜 시간 뿌리 내린 관행적인 교육 행정을 과감히 개선하며 굵직한 성과를 낸다. 전국 최초 고교 무상교육, 다자녀 가정 모든 자녀에 대한 모든 공교육비 지원, 고교체제 개편과 연합고사 폐지,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배움학교’, 도세 전출 비율금 상향, 초중학교 체험학습비 및 수학여행비 지원, 4·3평화인권교육, 읍면고 최고 진학 성과, 교육감 관사 문화공간 놀래올래전환 등이 그의 재임 중 결실이다.

이제 새로운 4년을 시작하려한다. 그는 이석문의 시즌 1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었다면, 시즌 2에서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제주교육을 할 것이라며 제주를 교육복지특별도로 만들고,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변화에 대비해 제주 공교육을 국제 학교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