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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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성 재 뉴질랜드 언론인

비핵화와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남북한과 북미 간 대화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대단히 역동적이다. 아직도 변수는 많지만 한국인들이라면 어디에 살든 진정한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할 것이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물꼬를 텄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핵문제로 국제사회가 모두 북한에 채찍을 들고 있을 때 북한을 올림픽에 참가시킨 정부의 공이 크다.

북한 응원단과 예술단은 첨병이었다.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녹이는 불씨가 됐다. 그 후 한국 예술단이 평양을 방문함으로써 불씨는 더욱 커졌다. 그런 바탕 위에서 급기야 4월과 5월에는 판문점에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까지 열렸다. 이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정상회담까지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쟁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를 생각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그런 역사를 한국인들이 써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들은 이성보다 감성이 강한 민족이다. 외국에 살아보면 그런 걸 실감하게 된다. 국내 정치는 물론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접근법에서도 그런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도 그 중 하나다. 두 정상이 무슨 얘기하는지도 모른 채 국민들은 그림만 보고도 환호했다.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본 그 풍경 하나로 김정은에 대한 시각 자체가 바뀌었을 정도다. 평양냉면이 벼락 스타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상회담 자체도 그런 면에 초점이 맞춰져 연출된 느낌이지만 한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그런 걸 받아들인 것도 감성적 수용 능력이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독재자로 강한 인상을 심어온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예의바른 청년이 된 것도 이성적으로 보면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는 어떤 광고가 생각날 정도다.

사실 한국인들은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술 한 잔 하면서 화해하면 과거를 다 묻어버린다. 누가 옳고 그른지 시시비비를 가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 입에 올리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이심전심 일괄타결이 통 크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다. 한국인 특유의 감성적 해결법이다.

사람은 감성과 이성 양쪽 측면을 다 가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떤 사람을 감성적인 사람, 이성적인 사람으로 구분하는 건 대단히 어렵고 미묘한 문제다. 그러나 대체로 볼 때 이성적인 사람은 공정하게 대해주기를 기대하는 데 반해 감성적인 사람은 친절하게 대해주는 걸 좋아한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이성적인 사람은 사안을 분석적으로 접근해 차갑게 보일 수 있는 데 반해 감성적인 사람은 따뜻한 인간관계가 형성되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풀어버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원칙보다는 융통성이 더 중요한 덕목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나사 하나가 잘못 됐을 때 공든 탑이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그리고 잘못됐을 때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싸움으로 비화하기 쉽고 서구에서처럼 이성적 합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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