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메/양전형
‘그림자’의 제주어인 ‘굴메’. 그림자처럼 생생한 현실을 종이 위에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시집 ‘굴메’가 발간됐다.
시인은 나이가 들고 죽음이 점점 다가오는 걸 받아들이고, 바로 옆에 있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한 이야기를 시집에 담아냈다.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과 함께 꽃이나 나무를 대상으로 하거나 손녀와의 일상을 담아내기도 했다. 시인에게 있어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현실을 이루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시는 제주어로 쓰여져 있고 하단에 표준어로 해석을 달아놓았다. 제주어 시를 쓴 것 또한 현실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제주어를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제주어로 표현해야만 할 때를 경험하게 된다. 제주어 고유의 느낌을 표준어로 풀어쓰거나 해석하면 희석되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간은 가는 게 아니고/느량 오기만 ?는 거여”(시간은 가는 게 아니고/항상 오기만 하는 거지)라고 말한다. 한 사람이 겪은 모든 시간은 그 사람 속에 들어와 있다. 60대 중반을 맞아 세 번째 제주어 시집을 발간한 양전형 시인 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그가 제주어로 담은 현실이 어떤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도서출판 각 刊,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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