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선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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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정치부장

네거티브전도 선거의 한 전략이다. 상대 후보의 약점이나 비리를 폭로해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있다.

1988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는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다. 부시 측은 상대인 듀카키스 후보 부인이 반전시위에서 성조기를 태웠다는 허위 정보를 퍼트렸다.

이어 듀카키스 후보가 주지사 시절, 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집중 공격했다.

거짓 공세에 대응하지 않고 포지티브 전략으로만 일관했던 유력 후보 듀카키스는 결국 낙선했다.

네거티브를 벌였다가 스스로 무덤을 판 경우도 있었다.

19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3선 경력의 팻 브라운은 정치 신예 로널드 레이건과 맞붙었다. 브라운 캠프는 전문가 대 아마추어를 강조하고, 캘리포니아 모든 주민과 소통하는 의미로 소년과 대화하는 선거 광고물을 제작했다.

이 광고에서 브라운은 어린이에게 “넌 누가 에이브러햄 링컨을 쐈는지 알지?”라고 농담을 건넸다. 링컨이 배우 출신에게 암살당했다는 사실과 레이건이 배우였다는 점을 빗댄 것이다.

이 장면은 전체 30분의 영상 중 20초에 불과했다. 레이건은 기자회견에서 ”브라운이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상처 받은 인상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브라운은 비열한 사람으로 비쳐졌고, 역풍을 맞았다. 결국 레이건이 이겼고 훗날 대통령에 오르게 된다.

이는 네거티브 공세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는 여느 선거와 달리 네거티브전으로 치닫고 있다. 유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후보 간 네거티브 공세는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진흙탕에서 뒹구는 싸움이 연출되고 있다.

양 측 대변인들도 연일 검증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공방은 ‘독한 혀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썰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양 측이 서로 폭로한 골프장 명예회원과 고급리조트 특별회원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방송토론회에서 ‘사실이 아니다’, ‘그 말에 책임을 져라’며 말다툼을 벌이다 금쪽같은 시간을 날려버렸다.

물론 유권자들이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도 꼼꼼히 봐야하지만 이번 선거는 유독 네거티브 덫에 갇혀버린 것 같다.

이로 인해 주요 정책과 공약은 부각되지 못했고, 제주의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2035년 최대 4500만명의 항공 수요(입도객)에 맞춰 건설하는 제2공항과 그에 따른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건설 예정지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결할 혜안은 네거티브전에 묻혀 버렸다.

4·3 완전 해결을 위해 피해자 배·보상을 담은 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무늬만 특별자치도에서 벗어나 헌법적 지위를 보장받는 과제도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다루질 못했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 반대 운동으로 확정판결을 받고 사법처리 된 강정주민 463명에 대한 특별사면 건의 역시 선거에서 외면 받았다.

수 년째 지루한 논쟁만 벌였던 행정구조 개편 역시 이번 선거에서 잊혀져버렸다.

과거 제주는 혈연·지연·학연으로 뭉쳐 집단적 편가르기를 했던 ‘괸당 선거’로 지역사회를 분열시켜버렸던 폐해를 겪은 바 있다.

네거티브로 시작해 네거티브로 끝난 6·13지방선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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