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리(表裏)
표리(表裏)
  • 제주신보
  • 승인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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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 수필가

온난화의 영향일까. 화사한 봄기운이 어느새 여름을 향해 치닫는 느낌이 든다. 올여름 무더위는 또 어떻게 견뎌낼지 괜스레 걱정이 앞선다. 문득 에어컨 바람 맞으며 수박 몇 조각 먹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다가 멋쩍게 실소(失笑)를 한다. ‘웰빙’, ‘힐링이란 단어가 전혀 낯설지 않은 오늘날 제철 과일의 인기는 역시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수박 고르는 일은 여간 만만한 게 아니다. 꼭지 상태를 확인하고, 두드려도 보고, 상인에게 몇 마디 여쭤 보고 해서 고르긴 하지만, 정작 잘라놓고 보면 겉보기와 달라서 실망할 때가 있다. 누구나 겪어본 일이리라.

그러고 보면 우리네 인간사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처사가 다반사로 끼어드는 형국인 듯하다. 더욱이 무에 그리 바쁜지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일손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라 함은 그저 사치스런 허언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잠시 짬을 내어 사색에 잠겨보자. 인간은 바쁠수록 외모에 치중하고, 한가할수록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된다. 출근 준비를 하며 거울을 뚫어져라 보는 것은 외면을 보는 것이요, 신세 타령을 하거나 추억을 반추하는 것은 내면의 세계를 유람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울에 비친 나는 한낱 허상에 불과한 것이고, 진정한 내 모습은 마음속 깊이 침잠해 있는 게 아닌가.

이러니 단순히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흡사한 일이다. 외모는 부드럽고 순한 듯하나 내면은 꿋꿋하고 곧은 외유내강형의 인물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의 인물도 있게 마련이다. 결점이 전혀 없는 완벽한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어느 한쪽을 편들거나 나무랄 일이 아니다.

파스칼의 말처럼, 결점이 많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더 나쁜 일이다. 그래서 그는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에 비유했는가 보다. 고민하면서 정도(正道)를 찾는 사람들, 그들이 곧 참된 인간상이 아닐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은 생각을 앞설 수 없는 것이기에 외양에 현혹되지 말고 속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6·13 지방선거가 목전에 다다랐다. 혈연, 지연, 학연을 들먹이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는 그만큼 유권자들의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空約)을 남발하면서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려는 표리부동한 후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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