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이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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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제주국제대 교양학부 교수

20대의 청년 조중훈은 상대에 대한 신뢰를 가장 중시했던 사람이라 한다. 그가 미8군 사령부와 인연을 맺은 일화에서도 그의 성실성을 엿볼 수 있다. 당시 조그만 사업을 하던 그는 길거리에서 외국 여성의 고장 난 차량 을 발견하고 1시간 이상을 공들여 차량을 고쳐줬는데, 그 여성은 바로 미8군 사령관의 부인이었다.

시간을 할애하며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은 조중훈 회장의 성실성을 입증하는 것이며, 그것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미8군에서 폐차되는 차량을 인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는데, 이것을 시발점으로 해 만들어진 세계적인 기업이 오늘날 한진그룹이다.

중학교 영어참고서에 재미있는 글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집에서 일하는 운전사, 정원사, 요리사들은 모두 가난했다는 내용이다.

가난한 사람이 운전사, 정원사들을 고용해 산다는 유머러스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한진그룹 일가의 행동을 보면서 중학교 시절 읽었던 글은 한진그룹 일가들을 예견해 비꼬아 만든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진그룹 일가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재벌이지만, 세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밀수품과 같은, 공짜만을 찾는 동냥아치와 다를 바 없는 가난한 자들이며, 메마른 자들이기 때문에 약자들에게 온갖 행패를 부리는 것이다. 엘리트들의 집단인 한진그룹의 일부 직원들마저도 가난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았을까?

상대에 대한 신뢰를 중시 했던 선대회장의 뜻을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이 모를 리 없으련만 이들의 잘못 된 행동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완전한 왕따, 돈 많은 각설이, 그것도 국제적 각설이가 돼버렸다.

요즘 방송사들은 국내외를 망신시킨 각설이 가족들 타령으로 바쁘다.

지난 번 조양호 회장은 30억 배임사건으로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검찰의 기각으로 구속을 피했고, 부인 이명희 여사의 갑질 사건 구속영장도 기각 되면서 국민들을 뿔나게 했다.

게다가 둘째 딸 조현민의 이른 바, 물컵 갑질은 뉴욕타임스에 ‘한국의 갑질(Gapjil)’이라는 기사가 실리면서 ‘갑질’은 이제 세계적인 용어가 돼버렸다.

한진그룹의 주주들은 이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만일, 조중훈 회장이 살아 돌아온다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중시했던 그는 피땀 흘려 일궈 논 세계적인 기업의 명예를 실추시킨 아들며느리, 손자 손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으로 인해, 아마도 그들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사회에 환원해 버리지 않았을까?

결국,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양호 회장일가 퇴진 농성에 들어갔다.

조양호 회장일가들은 이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속임수 없이, 깨끗하게 물러나는 것이 선대회장과 직원들 그리고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그리고 이 기회에 재벌그룹의 경영권 세습방지와 총수일가일지라도 반드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 엄격한 입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농성장에서 연단에 오른 어느 직원의 절규에 찬 연설문 내용이 우리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다. “조중훈 선대회장님, 직원들에게 자식 교육은 시켜야 한다며 자녀 교육비는 꼭 챙겨 주신 것 압니다. 그런데 본인 자식 교육은 어찌 이리 시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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