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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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국장

1950년대 미국 석유기업들은 석유 매장량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한 채 멕시코만의 석유 시추권 공개 입찰에 참여했다.

기업들은 석유 매장량을 추정해 입찰 가격을 써냈고, 입찰자가 몰리면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 결과 2000만 달러의 입찰 가격을 써낸 기업이 석유 시추권을 따냈지만 이후 측량된 석유 매장량의 가치는 1000만 달러에 불과했고, 시추권을 따낸 기업은 결국 1000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

‘승자의 저주’였던 것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매시장뿐 아니라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인수합병 경쟁이 치열할 때 해당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인수자금을 능가할 만큼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과도하게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인수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인수자금으로 빌린 돈의 이자를 부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모기업의 자금 흐름마저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기업 전체 흔들리는 위험을 겪게 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승자의 저주에 해당된다.

▲6·13 지방선거가 치열한 경쟁 끝에 막을 내렸다.

선거 과정에서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판을 쳤지만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들도 남발됐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거에서 이기고 봐야 한다는 생각에 어김없이 무리한 공약이 넘쳐났다.

경매 시장에서 입찰 가격을 높게 부르듯 선거가 치열해지면서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화려한 공약을 남발했고, 그 결과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지켜야 할 약속의 부담이 커져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버리는 결과가 초래될 것은 아닌지 지방선거 당선인들은 반성해야 한다.

원희룡 지사는 4년 전 ‘무혈입성’에 가까웠던 것과는 달리 살얼음판을 걸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 과정에서 당선을 위해 제시한 공약들이 제주도와 도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리한 공약을 이행하려다 자신을 뽑아준 도민들에게 피해만 안겨주는 ‘승자의 배신’이라는 결과를 보여줄 수도 있다.

도의회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압승한 가운데 의회와의 협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사건건 마찰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민선 7기 도정이 ‘승자의 저주’라는 덫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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