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우리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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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의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 회담을 개최하였다. 김정은의 호기로운 행동을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어린 나이에….

어느 장면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우리는 한 핏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 순간 눈물까지 흘렸다.

사람 마음이 이다지도 간교하단 말인가? 그동안 그가 저지른 악행에 분개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늘, “저 쳐 죽일…!”이라고 뇌까려도 시원찮을 판에 눈물까지 흘리며,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다니….

맨 처음 김정은이 등장했을 때 나는 “저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가 무엇을 하겠나?” 싶었고, 그것은 다만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시진핑도 “딸과 나이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의 이런 생각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갖가지 방법으로 권력을 공고히 해 나갔다. 자기 앞 길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되면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사람을 죽였다.

내부적으로는 온갖 악행을 마다하지 않고 뭇 사람들을 길들였으며, 외부적으로는 핵으로 전 세계를 농락하였다.

독재자라고 하나 그것은 자기의 지배하에 있는 북한의 독재자일 뿐 일진데, 동방의 조그맣고 가난한 나라의 독재자가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놀이를 한다.

핵이 터지면 자기만 죽는 것이 아니라 온 세계가 박살이 난다는 것을 무기삼아, 세계 앞에 나서서 세상을 호령한다.

김정은이 우리 대통령과 회담을 할 때도 쉽지는 않았겠지만,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때는 참으로 긴장하였으리라.

어린 나이에 온 세계가 지켜보는 도박판에 나설 때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트럼프는 노련한 도박사라서, 수가 뒤틀리면 협박하고 그래도 안 되면 깨고 박차고 나와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김정은 다르다. 회담이 잘못되어 그대로 나오면 인민이 굶어 죽게 되고, 인민이 굶으면 훗날 폭동이 일어나 자기도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

핵이 있으니 오기를 부리자니, 그 핵은 미국의 핵보다는 훨씬 작아서, 함부로 오기를 부릴 수도 없고, 온 세계는 쳐다보며 압박하고 있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김정은은 강력한 힘을 가진 트럼프를 농락했다.

물론 아직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진정성을 알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아, 그들이 그러고 있을 때 우리는 그들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설마 미국이 돈 때문에 우리를 배신하지는 않겠지, 우리는 서로 한 민족인데 그렇게 까지 해놓고 설마 우리를 공격할까 등등….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우리도 핵을 갖겠다고 할 수도 없고, 진정성을 믿는다며 계속해서 퍼주자니 정말 믿을 수 있는지 확신할 수도 없어서, 오로지 숨죽이며 그들을 주시하는 수밖에는….

답답하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정치인들이 어찌어찌 해줄 터이니,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이나 잘하며 살아야지….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생산하지만, 독사가 물을 마시면 독을 생산한다.

연출된 말로 잠시 감출 수는 있어도 때가 되면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결국 나의 일은 내가 해야 한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내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힘과 실력을 길러야, 나의 당당한 미래가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내 삶을 남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이 비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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