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팔로스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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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동티모르 교육자문관, 시인/수필가

딜리까지 얼마나 남았나요?”

앞으로도 네 시간은 더 가야합니다.”

아니, 그럼 6시나 되어야 도착한다는 것인가요?”

참으로 깜짝 놀랄 일이다. 아침 630분에 로스팔로스에서 출발했는데 오후 6시면, 11시간 30분이나 걸린다는 말이다.

나는 로스팔로스에 출장 갔다 돌아오는 길이다. 그곳의 전문계 기술고등학교와 일반계 고등학교 등 교육과정 운영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올 때는 마침 이곳으로 오는 선생님이 있어서 비용을 부담하고, 그 분 차량을 이용했다. 딜리에서 오후 세시에 출발하여 새벽 1시에 도착했다. 열 시간이 걸렸다. 갈 때는 일정이 달라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곳에 올 때부터 비가 내렸는데, 어제도 밤새 비가 내려 거의 잠을 이루지 못 했다. 하나밖에 없는 호텔인데, 깨진 변기, 수십 마리의 죽은 벌레 등 너무나 허름하고 낡은 곳이었다. 그러니 숙박료는 최고급 수준이다. 또 단층 양철 지붕이어서 쏟아지는 빗소리가 마치 총알이 집중 사격을 해 오고 있는 것 같았다. 아침까지 쉬지 않고 지붕을 요란스럽게 때리니 잠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침 630분에 버스가 호텔로 왔다. 버스 안에는 또 한 사람이 타고 있었다. 질척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이리저리 골목골목 다니면서 승객을 태운다. 손님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태워 시내를 빠져나가는 데만 한 시간 반쯤 소요되었다. 이곳의 승차 방식은 미리 전화를 걸면 버스가 집 앞까지 찾아 가서 태워 오는 방식이다. 손님 입장에서 편하기는 하지만 체증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시내엔 어제 내린 비로 차분하고 청명하다.

시내를 빠져나가자마자 짙은 안개처럼 숨막히게 피어오르는 비포장 먼지 속으로 질주한다. 이 길은 동티모르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거의 유일한 도로인데 얼마 전부터 전 구간이 대 규모 공사 중이다. 도로를 넓히고, 도로 토목 공사도 벌이고 있다. 곳곳에 다리, 하수구, 가림막, 방벽, 절개지 보강 등 모든 구간이 파헤쳐져 있다. 선생님 말에 의하면 중국에서 엄청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공사 중이서 거의 편도 1차선 정도의 길을 서로 엇갈리며 달려야 한다. 또 대부분이 해안을 따라 오르내리막 길이 나있기 때문에 좁고 위태로운 낭떠러지 구간이 워낙 많다. 너무 위태위태하다. 물론 해안선을 따라 시원히 펼쳐진 바다를 조망하며 가는 재미도 솔솔하다.

손님은 점점 불어나서 25인승 버스에 40명 이상이 탔다. 청년 세 명은 버스 밖 천정에 올라탔고, 앞쪽 출입문에만 다섯 명이 매달려 간다. 앞뒤로 어린 아기들이 교대로 울고, 모든 통로는 가마니, 푸대, 가방, 닭 몇 마리까지 발 디딜 틈도 없고, 숨쉬기도 힘들다. 모든 공간이 철저히 활용되고 있었다.

여섯 시간 쯤 달려서 휴게소에 이르렀다. 도로 양편으로 간이식당들이 20여개 들어서 있다. 나무와 양철 지붕으로 얼기설기 엮은 구조물들이다. 구운 생선과 갈대잎으로 싼 밥 네 조각으로 점심을 먹었다. 생선은 간이 잘 베었고, 바로 구워 먹으니 아주 별미였다.

티모르 사람들의 바른 예절은 남다르다. 오늘도 젊은 청년들은 여자가 타면 무조건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한다. 그리고 거의 서서 그 오래 시간을 버티고 있다. 다시 엄청난 먼지 속으로 질주한다.

아침부터 차에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검은색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감기 환자가 많은가 생각했었다. 엄청난 먼지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었다. 나도 도저히 참지 못해서 세 시간 정도 배낭에서 마스크를 꼈다. 숨쉬기가 훨씬 편했다. 오가며 거의 3, 4백 그램의 먼지를 마신 것 같다. 그러나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고농축 미네랄을 복용했다고. 버스에서 한 청년을 만났는데, 두 해 전에 한국에 살다가 왔다고 한다. 그는 산업연수생으로 3년간 경기도 포천에서 일했었다. 많이 저축해서 지금은 오토바이도 사고, 차도 사고, 결혼도 했다. 또 한 청년이 코리언 드림을 일구어냈다. 그는 나에게 호칭을 연신,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어떤 연민이 젖어 왔다. 순진하고 착하고 건실해 보였다.

11시간 이상을 달려 터미널에 이르고 보니 옷, 머리, , , 가방 등 모두가 마치 밀가루 더미 속에 헤쳐 나온 듯 먼지 투성이다. 다시 미크롤렛 버스를 타고 겨우 집에 도착하여 신발, 가방까지 세탁을 하고 나니 저녁 8시가 훌쩍 지났다. 너무도 길고 힘든, 그러나 동티모르를 바르게 이해하는 뜻 깊은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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