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 공덕비 이렇게 방치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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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 곳곳에 세워진 공덕비들이 별다른 관리 없이 덩그러니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후손들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면목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교육박물관에 따르면 현재 도내 141개 학교에 세워진 비석은 모두 856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폐교 33곳에도 비석 187기가 기름때와 먼지로 얼룩진 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마다 들어선 공덕비들은 그 내용 면에서 교육적 보존 가치가 높은 소중한 사료들이다. 그럼에도 상당수가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모양이다. 콘크리트 하단 부분이 망가진 건 그래도 낫다. 비문이 글씨조차 보이지 않거나 비석 자체가 흰색 때로 덧칠돼 알아보기 힘든 사례도 있다니 민망하다. 대개 예산 및 인력 탓일 터이니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닐 성싶다.

학교에 세워진 비석들은 말 그대로 학교 발전에 공헌한 이들을 기념하기 위해 새겨놓은 기념물이다. 가난한 시기에 학교를 위해 베푼 도움들을 기억하고자 마을에서 세운 것이다. 학교 건립을 위한 부지 기증 또는 교실 신축, 기금 조성 등의 내용이 비석에 빼곡히 담겨 있다. 대부분 해방 이후 시기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멀리는 해외교포에서부터 육지부의 출향인사, 현재 마을에 살거나 살았던 사람에 이르기까지 인물 내용도 다양하다. 특히 일제 때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교포들이 어렵게 모은 재산을 마을을 위해 희사한 사례가 많다. 공동체가 힘들 때면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베푸는 제주의 미덕이 비석에 담겨있다. 이 모두 제주교육의 역사를 증명하는 사료들인 셈이다.

공덕비들은 제주 공동체 문화와 전통에 기반한다. 그런 상징물이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되는 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정성을 선양하려는 주민들의 소박한 뜻을 저버리는 것이다. 차제에 교육당국은 학교에 산재한 공덕비의 보존실태를 재점검해 관리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마을 상징물이기도 한 비석은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그 가치의 빛을 발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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