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편리한 문화공간이 되면
쉽고 편리한 문화공간이 되면
  • 제주신보
  • 승인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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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얼마 전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첫 일정은 싱가포르 국립도서관과 박물관이었다. 도서관은 나의 서재이고 놀이터이다. 싱가포르의 도서관 모습이 궁금했고 그 나라에서 전하는 역사이야기를 직접 알고 싶었다. 두 곳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싱가포르는 치안이 잘 돼 있어 여행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관광할 수 있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껌을 씹거나 담배를 피우면 적지 않은 벌금을 낸다고 한다. 미리 알았던 정보지만 이동하면서 본 싱가포르는 현대식 건물과 나무가 많았다. 가로수는 굵은 밑둥에서 뻗어 나온 여러 갈래의 가지로, 풍성함을 뽐내는 세월이 느껴졌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은 성인과 어린이 도서관이 같은 건물에 있었다. 성인도서관에 들어선 순간 사진을 찍고 싶었다. 책꽂이 사이의 넓은 공간, 실내 중앙에 놓여 있는 소파에서 자유롭게 책을 보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천정에 붙어 있는 곡선의 작품은 전시장에 온 듯 했다. 사진 한 장을 찍고 어린이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린이 도서관은 또 다른 부러움을 주었다. 도서관이 아니라 마치 동화 속의 나라에 온 것 같았다. 바닥과 천장은 파스텔 색으로 처리 돼 있어 편안함을 주고 기분을 좋게 했다. 책꽂이 옆면을 나무 기둥으로 삼아 여러 갈래의 나뭇가지를 천정으로 연결하여 숲 속에 온 듯했다. 1층에서 복층으로 오르는 길은 통나무집으로 들어가는 효과를 줬다. 계단 입구 천정에는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물들인 병들로 벌집모양을 만들었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작품이었다. 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손자를 데리고 온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아이들하고 노는 모습이 도서관을 자주 찾는 듯했다.

잠시 제주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을 떠올려 봤다. 도서관 입구의 도난 방지용 검색대는 발길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위압감을 주는 장치를 뚫고 들어선 내부 중앙에 일렬로 놓여 있는 소파와 사각테이블은 규격화된 답답함을 주었다. 두 명이 같은 공간에서 책을 찾으려면 금방 부딪칠 것 같은 책장 사이. 아예 어린이 도서관이 없는 지역도 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편한 공간이 몇이나 있을까.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은 두 개의 건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 건물은 두 개 층을 하나로 연결시켰다. 그 건물에서는 관람 길을 따라 전시가 펼쳐졌는데 레이저 빛을 이용했다. 현대의 기술을 접목한 전시기획이 돋보였다. 다른 건물에서는 연대별로 나누어 시대상을 보여주고 그것을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 디스플레이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재밌게 꾸며졌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박물관은 유물 전시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한글로 적힌 역사연대표와 유물설명서는 글자 수도 많고 글씨가 작아 편히 읽기가 어렵다.

도서관이나 박물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원하는 욕구가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긴 어렵더라도 쉽고 편리한 시설과 기획된 내용이 충실하게 되면 시민들은 그 공간을 자주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