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히어로가 되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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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헐크와 스파이더맨, 슈퍼맨과 배트맨까지는 괜찮았는데 ‘울버린’에서 울고 싶어지고 ‘데드풀’에서 풀이 꺾이고 ‘그린랜턴’에서는 웬 후레쉬 얘기인가 싶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대화를 하던 중에 낯선 이름들 앞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아이들은 그들이 하나같이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들이라며 더 많은 히어로들의 이름을 쏟아내며 우열을 따진다. 속 좁은 마음에 질 수 없어 “슈퍼 히어로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악당들이 많아 세상이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한마디 껴들었다. 이내 아이들은 더 얘기해도 모를텐데 그만하자며 손사래 친다.

그러고 보니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 내용이 떠오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역사는 우리의 이웃과 가족들이 평범한 하루를 살며 만들어 온 역사”이며 애국과 보훈이라는 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들의 헌신이 곧 나라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가 기억하고 존경하는 영웅과 애국자들 역시 평범한 이웃이었으며 그들이 일상에서 실천한 이웃을 위한 행동이 지금의 우리의 역사, 오늘날의 공동체 정신이 되고 있다 함이다.

최근에 우리가 언론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한 바로도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위험을 막은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어 혼자 움직이는 차량을 자신의 차량으로 막아 세워 더 큰 사고를 막은 자영업자, 깊은 밤 화재가 난 빌라의 문을 두드리며 사람을 대피시키고 결국 자신은 숨진 취업준비생, 터널 안에서 사고를 당한 어린이집 차량의 아이들을 긴급 대피시킨 시민들, 내리막길에 잠깐 세워 둔 학원차가 흘러 내려가는 것을 쫓아가 세운 공무원, 한겨울 길거리에 쓰러진 어르신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중학생들, 화재 현장에서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시킨 버스기사처럼 평범한 이웃들의 희생과 헌신은 슈퍼 히어로들이 명함 내밀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슈퍼 히어로들은 특수한 기능이 있는 슈트를 입거나 망토를 걸치는가 하면 방패나 망치를 들었지만 우리 이웃들은 온전히 맨 몸으로 희생을 주저하지 않았으니 조만간 슈퍼 히어로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이웃들의 희생과 헌신은 더 많은 ‘평범한 이웃들의 헌신’을 가능케 하는 용기를 전파한다. ‘헌신’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부담스럽지만 이웃을 위한 진정한 마음을 담은 행동이 곧 ‘헌신’이리라. 그렇다면 누군가의 평범한 이웃인 우리 자신이 일상을 살아가며 할 수 있는 ‘헌신’은 의외로 많다. 학교 앞에서 자동차 속도를 줄이고 쓰레기 분리 배출일을 잘 지키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존댓말을 하는 일, 장애인 주차 구역을 비워두고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고 택배 기사에게 시원한 물 한 잔 권하는 일, 상대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일들이 그렇다. 이런 작은‘헌신’들을 실천할 때 우리는 어느새 슈퍼 히어로보다 더 강한 영웅들이 되어 있지 않을까.

이제 다시 우리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해도 밀리지 않을 자신감이 생긴다. 걔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는 비밀을 알려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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