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아들과 계면활성제의 역할
결혼한 아들과 계면활성제의 역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남편과 계면활성제의 역할과 능력을 비교하면서 계면활성제의 생김새와 이용 분야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식품, 화장품, 약, 세제, 샴푸, 치약 등 다방면에 이용된다.

옛날에는 인근의 시냇물에서 돌, 즉 빨래방망이를 이용해 의류를 세탁했다. 어떤 때는 유럽의 비누풀, 열대 아메리카의 무환자나무 같은 식물이 비누 대용 세탁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들 잎은 비누 같은 거품을 내는 화합물인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다. 무환자나무를 심으면 자식에게 화가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도 다양한 기능성 성분을 내포한 예덕나무와 함께 무환자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식물의 재는 탄산칼륨과 탄산나트륨을 함유하고 있다. 이 화합물들의 탄산이온은 물과 반응하여 세제의 성질이 내재되어 있는 염기성 용액을 형성한다. 이 염기성 식물의 재는 최소한 4,000년 전 바빌로니아 사람들에 의해 세척제로 이용되었다. 현재도 탄산나트륨은 세탁용 소다로 시판되고 있다.

비누에 관한 기록은 로마의 한 원로가 염소 기름과 재를 사용하여 비누를 제조한 것으로 기술한 바가 있다. 화학적 측면에서 비누 제조는 단순하다. 탄산나트륨을 석회와 함께 가열하여 수산화나트륨(양잿물)을 얻는다. 이것을 동물성 지방이나 식물성 기름과 가열하면 비누가 탄생한다.

축약하면 비누는 화학적으로 지방산 나트륨이다. 비누에 이용되는 지방산은 탄소 원자 개수가 보통 10개 이상되는 긴 사슬의 카르복실산 염이다. 이런 염들은 물에서 나트륨 양이온과 카르복실산 음이온으로 해리되므로 극성인 물에 잘 용해한다.

탄소 원자들이 길게 사슬로 결합된 부분은 비극성을 나타내며, 이 부분은 소수성(탄화수소 꼬리)로 물과 혼합되지 않고 그 대신에 기름 성분과 잘 섞인다. 환언하면 소수성 부분은 기름 성분을 좋아한다.

반대쪽 끝은 이온성이였어 극성이고, 물을 사랑하는 친수성(이온성 머리)이다. 비누의 친수성 머리는 물, 소수성 꼬리는 기름과 상호작용을 한다. 이처럼 비누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표면장력을 감소시키는 이중성 물질이 계면활성제이다.

계면활성 분자에서 물을 사랑하는 부분은 물속으로 향하고, 기름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부분은 공기 쪽으로 배열된다. 이런 용액의 표면장력은 순수한 물의 것보다 훨씬 작다. 유유상종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들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계면활성제가 증가하여 물과 공기의 계면에 배열할 수 없으면 분자들은 자기들끼리 뭉치기 시작한다. 물 속이기 때문에 기름을 사랑하는 꼬리 부분끼리 안쪽으로 뭉쳐지고, 물과 상호작용이 강한 머리 부분은 반대쪽으로 향함으로써 이것은 구형의 입자처럼 보인다. 이러한 형상을 마이셀(micelle)이라 한다.

에멀션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액체들이 혼합된 상태로 한쪽 액체가 미세한 입자로 되어 다른 액체 속에 분산해 있는 계(系)를 칭한다. 분산된 미세 입자들이 안정화되어 있는 에멀션 상태를 오래 유지되도록 첨가하는 물질을 유화제라고 하며, 이것도 계면활성제의 일종이다.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도 계면활성제를 이용하여 안전한 에멀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크림에 계면활성제가 함유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정한 에멀션 상태가 되어 물과 기름이 분리된 화장품이 된다.

동서, 남북 등 지역 간, 계층 간, 진영 간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현 사회에서도 계면활성제 역할을 자임하는 지도자가 많으면 안정된 상태에서 발전 지향적인 모습이 표출될 것이다.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시어머니(기름)와 며느리(물) 간에서 중재 역할을 잘하여 안정되고 화목한 가정(에멀션)을 유지시키기 위해 남편은 뛰어난 계면활성제 같은 존재가 될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남편은 계면활성제처럼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