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피와 땀, 굶주림 때문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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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항파두리 항몽유적지(上)
김통정 장군 등 삼별초, 토성 쌓고 여몽군에 대항
‘살맞은 돌’, ‘돌쩌귀’, ‘장수물’ 등 옛 흔적이
바람난장이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소재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서 열렸다. 이곳은 사적 제396호로 지정됐다. 강부언 作 ‘제주 민초들의 한이여 날려버려라’.
바람난장이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소재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서 열렸다. 이곳은 사적 제396호로 지정됐다. 강부언 作 ‘제주 민초들의 한이여 날려버려라’.

흙으로 쌓다

 

-장영춘

 

돌 많은 제주에서 돌로 성을 쌓지 않고

흙더미 한 삽 한 삽 항파두리 쌓은 뜻은

흙으로 돌아갈 결기

다진 것이 아니겠나

 

저 길 아지랑이, 파도 끝 아지랑이

수평선 수문 열 듯 몰려들던 창과 방패

유언도 남기지 못한 바람결 안부 같은

 

어디 올테면 와라

무릎 꿇지 않으리

적인지 아군인지 내 성은 내가 지키리

민들레 망루에 올라 봉홧불을 올린다

 

 

김정희와 시놀이팀(김정희, 이정아, 장순자, 이혜정)이 김통정 관련 전설을 낭독했다.
김정희와 시놀이팀(김정희, 이정아, 장순자, 이혜정)이 김통정 관련 전설을 낭독했다.

이번 바람난장 장소는 애월읍 고성리에 있는 사적 제396호 ‘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다.

고려 원종 11년 2월(1270년), 고려 조정은 원과의 굴욕적인 강화를 맺고 개경으로 환도한다.

삼별초는 개경 정부에 반대하여 치열한 항쟁을 벌인다. 삼별초를 통솔하던 배중손 장군이 전사한 뒤 통수권을 이어 받은 김통정 장군은 나머지 잔여 삼별초를 이끌고 제주에 입성한다. 김통정 장군은 항파두리에 6Km에 달하는 토성을 쌓고 여몽군에 대항하지만 끝내 함락되고 만다. 이 때 삼별초의 잔여 병사 70여명은 탈출하여 ‘붉은 오름’에서 마지막 혈전을 벌였으나 모두 전사하고 김통정 장군은 단신으로 탈출하여 한라산 숲 속에서 자결 순의하였다. 이로써 3년 여간 이어진 삼별초의 항쟁은 끝나고 고려는 결국 원의 정치적인 지배를 받게 되었다.

이 곳에는 삼별초군이 궁술 연습시 과녁으로 사용했던 ‘살맞은 돌’과 ‘돌쩌귀’, ‘김통정 장군이 성에서 뛰어 내린 발자국 패여서 사시사철 샘이 솟는 장수물’ 등이 삼별초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항몽유적전시관 내부에는 삼별초의 항몽전을 담은 그림들과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항몽순의비를 지나니 해바라기 밭이 보이고 더 걸어가니 길다란 토성이 눈에 들어 온다. 토성 위 한 쪽에는 6월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깃발들이 몇 개 꽂혀 있다. 토성 위로 올라 서니 폭이 넓고 평평하여 말을 탄 장수가 달렸음직도 할 정도다.

 

박연술 춤꾼은 세월의 아픔을 품은 아름드리 소나무 앞에서 한 마리 나비가 돼 항파두리 토성을 거닐었다.
박연술 춤꾼은 세월의 아픔을 품은 아름드리 소나무 앞에서 한 마리 나비가 돼 항파두리 토성을 거닐었다.

토성 위에서 이루어진 바람난장의 첫 순서는 춤과 시낭독이다. 김정희 시낭송가가 장영춘 시인의 시 ‘흙으로 쌓다’를 낭독한다. 낮고 진중한 음성이 새털구름 사이로 흐른다. 이어 박연술 춤꾼은 세월의 아픔을 모두 품은 듯한 아름드리 소나무 앞에 서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묵직한 돌덩이를 바닥에 내려 놓고 비로소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이어서 김정희와 시놀이팀(김정희, 이정아, 장순자, 이혜정)의 김통정 관련 전설 낭독이 옛이야기처럼 구성지게 펼쳐진다. 겨드랑이에 날개 돋은 아이가 자라 장수가 되어 하늘을 날고 도술을 부리는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들 잠시 소풍 나온 아이처럼 웃음 짓는다.

역사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시간만이 진실을 말해 준다. 관광지로 더 유명한 곳, 사시사철 꽃이 피어 사진 촬영지로 알려진 곳, 가족끼리 산책하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곳, 대몽 항쟁의 민족 정신이 깃든 곳인 항파두리! 그러나 700년 하고도 훨씬 더 오래 전에 살았던 이 지역 주민들이 삼별초로 인해 겪었던 고통을 정확히 바라보고 기억해야 하는 것 또한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영상 촬영을 위해 내내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김도형 기타리스트의 연주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작은 설레임 등)을 들으며 역사 속 한 장면을 떠올려 본다.

피와 땀과 굶주림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려야했던 지역 주민들의 그 때, 그 모습!

 

항파두리 바람난장 2부에서 계속됩니다.

 

김도형 기타리스트가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작은 설레임’ 등을 연주했고, 바람난장 가족들은 연주를 들으며 항몽유적지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회상했다.
김도형 기타리스트가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작은 설레임’ 등을 연주했고, 바람난장 가족들은 연주를 들으며 항몽유적지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회상했다.

글=손희정

그림=강부언

안무·춤=박연술

시낭독=김정희와 시놀이(김정희, 이정아, 장순자, 이혜정)

사진=허영숙

영상=고대환

기타연주=김도형

오카리나·팬플루트 연주=서란영

태평소 연주=문상필

음악감독=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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