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커지는 꿈, 시민과 함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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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귀포의미래를생각하는시민모임 공동대표/논설위원

제주가 커지는 꿈, 도민과 함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재선된 원희룡 도지사가 오늘부터 민선7기 제주도정을 시작한다. ()제가 실시된 194681일로 거슬러 올라가면, 38대가 되는 셈이다. 취임식도 없이 영상으로 인사하고 곧바로 업무를 개시한다는 도백에게 발바닥 붕물게 혼자 돋지 말앙, 느영나영 곹이 고닥고닥 걸어갑서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 역사적인 날에 시론의 바통을 받았으니, 10대 분야 200개 정책을 단순한 약속 이행이 아니라 도민과의 진정어린 소통을 통해 더 큰 성장으로 보답하겠다는 도지사에게 시민의 바람을 이야기로 전하려 한다.

첫 번째는 화장실 얘기다. 어쩌다가 1만 명 이상이 모이는 국제대회의 야외행사에서 화장실 청소를 보직으로 받았다. 장소의 공익성과 행사의 원활화를 위해 아침 일찍 청소를 완료하는 게 조건이었다. 그러려면 새벽 5시부터 청소를 시작해야 하는데, 짙은 안개에다 장맛비가 악조건을 더했다. 비상등을 켜고 내달려서 현장에 도착하면 번개처럼 전신을 뒹굴려야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4일을 좌충우돌하며 체득한 노하우는, ‘화장실 청소는 낮은 자세로 임하라’는 것. 오물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우아하게 빗자루 질을 하기보다, 아예 바닥에 쪼그려 앉아 걸레질을 하는 게 나았다. 아니,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걸레에다 코를 대고 밀대가 되는 게 최고였다. 하지만 ‘아줌마, 물 좀 튀기지 마세요’라며 짜증내는 청년 앞에서, 무심하게 나뒹구는 오물 덩어리가 얼마나 면구스럽던지, 화장실 청소부가 투명인간인 양 ‘수고한다’는 말 한 마디를 못하는 우리문화가 어찌나 슬프던지. 이토록 낮은 자리에서 도지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시민의 작은 꿈이 제주가 커지는 꿈으로 소통될 수 있으리라.

두 번째는 올레길 얘기다. 서귀포KAL호텔 앞의 올레는 이중섭 화백이 그린 ‘섶섬이 보이는 풍경’을 품에 안은 제주 최고의 절경지다. 이곳에 올레 6코스가 개장되자 올레꾼들은 KAL호텔 정원을 거쳐 파라다이스호텔까지를 천국처럼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텔측이 일방적으로 정원문을 봉쇄하고 통행금지 팻말을 붙였다. 얼마 후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씨가 올레꾼들을 보고서, ‘저것들 뭐야, 당장 내쫓아’라 호령을 내지른 탓. 소위 ‘서귀포KAL호텔의 시민통행권 갑질 사건’이다.

최근 들어 ‘서미모’가 이 사건을 검토하던 중 발견한 사실은, 서귀포KAL호텔이 공공도로를 무단 점용해서 고객 전용의 정원·산책로·유리온실을 만들고 시민들의 자유통행을 금지한 불법성이다. 뿐만 아니라 원래 이 길은 토평동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바다에 다니며, 용천수를 떠다니던 향토성이다. 시민 통행로가 되어야 할 공공도로가 수십 년간 재벌 호텔의 영리 및 사욕을 채우는 데 사용되어 온 셈이다. 이처럼 갑질하는 자리에서 시민의 편이 되어 상처를 보듬어주는 도지사를 볼 수 있다면, 시민의 작은 꿈이 제주가 커지는 꿈으로 연결될 수 있으리라.

그동안 제주역사를 섬겨온 30명의 도지사 중에서 도민들이 아직도 12대 김영관 지사를 가슴 따뜻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몸소 마을과 해안을 순회하고 주민 개개인과 소통하며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중산간에서 말을 타고 가다가 노인을 만나면 즉시 말에서 내려 정중히 인사하는 도백, 육지와의 교통 문제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서울 출장길을 비행기 아닌 배로 다니는 도백. 그가 만들어 놓고 간 신작로와 수도 앞에서 그때의 어머니들이 그렇게도 눈물을 쏟은 것은, 도백의 사랑이 가슴 깊이에서 용천수처럼 솟구친 연유다. 그런 도지사를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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