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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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국장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진보학자인 고(故) 리영희 선생은 좌·우의 정치·이데올로기적 권력이 진실을 은폐, 날조, 왜곡하려는 것에 맞서 1994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글을 통해 진실은 균형 잡힌 감각과 시각으로만 인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균형은 새의 두 날개처럼 좌와 우의 날개가 같은 기능을 다할 때의 상태라며, 진보의 날개만으로는 안정이 없고, 보수의 날개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더 나아가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균형 잡힌 인식으로만 안정과 발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리영희 선생은 “8·15 광복 이후 근 반세기 동안 이 나라는 오른쪽은 신성하고 왼쪽은 악하다는 위대한 착각 속에 살아왔다”며 한국사회에 만연한 맹목적 반공과 냉전수구적 사고를 질타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문구를 통해 극단적인 우편향의 한국사회를 지적한 것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한 자유한국당에서 최근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말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다.

리영희 선생이 우리 사회에 던졌던 고언이 자유한국당에서 회자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지방선거에서의 잇따른 참패로 나락에 떨어진 보수정당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리영희 선생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강조한 것은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의 ‘색깔론’때문이었다.

그동안 무분별한 이념 공세와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해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오지 못해 보수를 궤멸시킨 자유한국당이 리영희 선생의 문구를 이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자유한국당이 당 수습방안을 놓고 ‘백가쟁명’식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내놓은 ‘중앙당 해체’ 쇄신안에 대한 불만과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수습책을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간 갈등이 재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주의와 냉전 논리로 무장하고, 재벌 주도의 성장만능주의로 기득권 수호에 앞장섰던 자유한국당이 진정한 반성 없이 자신들을 보수의 대표라며 한쪽 날개의 역할을 하도록 해달라고 외치는 현실이 한심하기만 하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며 한쪽 날개에 힘을 실어달라는 자유한국당에 한쪽 날개 역할을 맡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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