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남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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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탐나커피 상무이사/논설위원

완벽한 사람이고 싶었다. 부모님께는 언제나 기쁨을 드리는 아들이 되고 싶었다.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서는 하는 일마다 잘 되고 있다고 말씀드려야 했고, 용돈도 많이 드리고 싶었다.

아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편이어야 한다. 돈을 잘 버는 게 중요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시키는 대로 때로는 시키기도 전에 청소, 설거지와 같은 집안 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여야 했다. 원하는 것은 모두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일하고 늦게 들어와도 자기 전에 책도 읽어 주고, 허리 아프고 목이 아파도 목마를 태워주었다.

회사에서는 인정 받는 유능한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밤늦게 까지 일했고 주말에 출근할 때도 적지 않았다. 공부를 오래 해 책가방 끈을 길게 늘였고, 중국어,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선배를 거역하지 않으려 했고, 후배나 부하직원에게는 밥을 많이 사주려 했다.

모두 욕심이었다.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나가면서 좋은 아빠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팔남매 막내였던 시어머니와 육남매 막내였던 며느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 모든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려 하다가 가끔 “나는 누구인가?”라고 생각될 때가 있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도내 행정수장, 교육수장이 선출되었다. “저를 선택해 주신 분만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분의 뜻까지…” 주권자인 도민을 대하는 자세로서는 좋으나,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다. 어떻게 신공항을 건설하면서 또 건설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의견이 대립되는,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 다수 그리고 소수의 의견도 경청하되 결국은 대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크고 멀리 보아 도민의 이익과 행복에 가장 중요한 방향으로 뜻을 모아나가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너무 달라도 안 된다. 오라관광단지, 녹지국제병원, 신화련 금수산장 등 도내 대형 투자 프로젝트는 수년 전에 제주도에서 공을 들여 유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초청한 손님을 내쫓는 법은 없다. 자칫하면 ‘양치기 소년’이 돼버린다. 나중에는 아무리 소리쳐도 늑대에게 잡혀먹힐 양떼를 구해줄 마을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제주도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대전제 위에서 대형 투자 프로젝트가 제주도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또 그렇게 제주도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많은 도민들은 외국인 투자자와 관광객으로 제주도가 시끄러워진 것을 싫어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나 자신의 월수입이 20년~3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도내 대형 테마파크를 고깝지 않게 여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일자리는 많아야 하지만, 대형 투자는 반갑지 않다? 비행기는 타고 싶지만 공항은 싫다라고까지 말한 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누구든 제주도 땅은 건드리지 않고, 우리들끼리만 조용히 깨끗하게 살아야 하지만, 나는 고소득을 올려야 겠으며 내가 가진 부동산의 가치는 어느 대도시 못지 않아야 한다? 필자가 온갖 스트레스 받아가며 발버둥쳤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한, 그리고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할 미션이다. 극복해야 할 ‘완벽남 콤플렉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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