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 처녀, 갈치가 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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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한 할머니가 천천히 길을 가고 있었다. 얼마를 걷다보니 뒤에서 자꾸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같이 가 처녀~ 같이 가 처녀~.” 할머니는 황당하면서도 내심 흐뭇했다. “뒷모습만 보면 나 아직 아가씨 같은가 봐. 길에서 따라오는 사람이 아직도 있네.”

다음 날 할머니는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옷도 예쁘게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다시 그 길로 나갔다. 이번엔 보청기를 꼈다. 그때 “갈치가 천원~ 갈치가 천원~”이란 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할머니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인터넷 등지에서 회자되는 우스갯소리다.

▲위의 사례는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다. 아니 그리 드물지 않다. 사람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한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이나 뜻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멀쩡하게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더라도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적잖다.

그 연유가 뭘까. 잠깐 딴 생각을 하다 그럴 수 있다. 그 보단 상대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려고 하거나,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의 결과일 때가 많다. 갈수록 제 귀 막힌 줄 모르고 자기 목소리만 높이는 세상이 되고 있다.

▲소통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는 것으로, 뜻이 통해 서로 오해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한자로 트일 소(疏)에 통할 통(通)이다. 트여서 말이 통한다는 의미다. 즉 탁 트인 마음으로 물이 흐르듯 서로의 마음을 나누라는 거다. 그럴 때 막힌 것이 트이고 서로 통하게 된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글이다. 통하면 안 아프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그렇다.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고통(苦痛)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흐르는 물길을 막아버리면 물이 썩어버리는 이치다.

▲소통은 지도자가 지녀야 할 기본 덕목 중 하나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지도자는 리더십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상대와 소통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민선 7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지난 2일 공식 출범했다. 6·13 선거 기간 원 지사는 지난 4년 ‘소통 부족’을 고백했다. 이날 취임사에서 ‘도민만 바라보는 소통행정 구현’을 천명한 이유다. 그러면 그 시작은 경청(傾聽)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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