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CHIMFF 예술감독 "충무로란 이름엔 울림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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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 예술감독. 연합뉴스
김홍준 예술감독. 연합뉴스

"한때 '충무로'가 한국영화와 동의어인 때가 있었죠. 이젠 고전영화를 가리키는 말이 돼버렸어요. 충무로가 과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의 단어가 됐으면 해요. 충무로라는 이름이 가진 울림이 있거든요."

2016년 첫발을 내디딘 충무로뮤지컬영화제(CHIMFF)가 오는 6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세 번째 개막식을 맞이한다.

매년 개최되는 뮤지컬영화제는 국내에선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유일하며, 전 세계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어렵다.

뮤지컬영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영화제가 정착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매년 관객 수를 늘리며 차츰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영화제를 여기까지 끌고 온 데에는 김홍준 예술감독 힘이 컸다. 그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굵직한 영화제의 태동을 함께한 '영화제 1세대' 인사 중 하나다.

3일 경기도 고양시 한 연습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아직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안정적인 기반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적어도 5회까지는 해봐야 지속 가능할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뮤지컬영화제를 하는 것은 기존 영화제 개념 자체를 뒤집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존 영화제는 지향하는 장르의 신작 영화 소개를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국내에서 뮤지컬영화는 신작 자체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신작 중심이라는 컨셉트라면 영화제 자체를 못했죠. 작품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뮤지컬이라는 컨셉트 속에서 영화와 공연이 결합하는 융·복합 예술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영화제를 기획했습니다."

시작부터 파격을 추구한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임권택 감독의 1988년 서울올림픽 기록영화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를 올해 개막작으로 정했다. 개막작으로 뮤지컬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선정하는 파격을 시도한 것이다.

김 감독은 임 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지냈다. 개인적으로 스승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올해가 서울올림픽 개최 30주년이고,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는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심지어 작품을 제작한 임 감독조차 올림픽위원회(IOC)에 필름을 넘긴 이후로는 다시 보지 못했다고.

"임 감독님이 이 영화를 제작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제가 감독님 밑에서 조감독을 할 때 한번 보여달라고 했더니 감독님이 '나도 딱 한 번 보고 넘겨버려서 그 뒤론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당시 이 기록영화 제작을 위해 충무로의 모든 카메라맨이 동원됐다고 한다. 국내 영화 촬영용 카메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해 영국에서 카메라 수십 대를 빌려왔다고. 한마디로 충무로 모든 역량이 결집한 작품인 셈이다.

"당시 영화 한 편을 찍는데 필름을 34만 피트 정도 사용했는데 이 영화를 찍은 필름은 100만 피트를 넘었어요. 그해 제작된 모든 한국영화를 합친 것보다도 많을 거에요. 이 한 작품 때문에 영화계가 올스톱됐었죠.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정한 것은 모든 힘을 쏟아부은 충무로에 대한 오마주(존경)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개막식에서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는 라이브 공연과 함께 상영된다. 김 감독은 원작 화면과 도올 김용옥이 참여한 내레이션은 그대로 살리되, 음악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제작하기로 했다.

라이브 공연은 음악 레이블 '푸른곰팡이' 대표 아티스트 조동희·조동익 음악감독이 작·편곡한 곡을 프로젝트 밴드 '마이크로 유니버스'가 연주한다.

김 감독은 자신을 '충무로 도제 시스템의 마지막 세대'라고 표현했다.

"저는 충무로 도제 시스템의 마지막 세대이면서 지금과 같은 시스템의 첫 세대이기도 해요. 저는 세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충무로뮤지컬영화제도 뮤지컬계와 영화계를 이어주고, 충무로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재해석하는 데 노력하는 영화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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