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한민국!
  • 제주신보
  • 승인 201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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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나는 축구국가대표 광팬이다. A 매치라면 만사 불문하고 본다. 4년을 기다려 온 월드컵임에랴.

카잔대첩이었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리그 F3차전, 독일을 상대해 우리가 이겼다. 2-0 완승의 쾌거였다. 독일이 어떤 팀인가. 지난번 대회 우승국, 피파 랭킹 1, 세계 최강이다. 공은 둥글다지만 기적 같은 승리였다. 1, 2차전 연속 페날티킥의 악몽을 딛고 막강 독일을 잡아내 유종의 미를 거뒀다.

11시에 시작한 경기가 하루를 넘겨 새벽으로 이어지며 수많은 국민이 응원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거리 응원으로 나라 안이 들썩거렸다. 2패 뒤 피 말리는 일전인데 무정 눈에 잠이 오랴. 카잔 아레나 현지에서 수천 명 우리 국민이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중계방송의 배음으로 산을 넘은 응원의 함성, ‘~한민국!’ 

애초 우리가 바란 건 16강 진출이란 결과물이 아니었다. 강팀 앞에도 주눅 들지 않고 맞서는 당당함이었다. 모자란 걸 인정하고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면서 대등하게 싸우는 그 모습이었다. 1%의 희망이 남아 있는 한 포기하지 않고 기적을 쏘아 올리려는 타오르는 열정이었다.

쾌거다. 기적을 쏘아 올렸다. 기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점유율 26%-74%, 슈팅 수 12-28의 기록이 보여 주었듯. 위기감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전차군단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는 데 정신없던 태극전사들. 기적을 위해 파울을 서슴지 않고 몸 던지는 투혼도 불사했다.

골키퍼 조현우는 신들린 사람마냥 선방했다. 에이스 손흥민이 종횡무진 운동장을 누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전방에서 수비에 가담하는 섬세함까지 보였다. 그러다 공격으로 전환한 역습에서는 상대 진영 깊숙이 바람으로 내달렸다. 우리 선수들,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리는 독일 선수들 앞에도 기죽지 않았다.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덤벼들었다. 똘똘 뭉쳐 원 팀를 만들었고, 결국 전차를 세워놓고 승리를 낚아챘다

아름다운 영상이었다. 김영권의 탁월한 위치선정과 집중력이 급기야 골 망을 흔들었고, 주세종의 절묘한 롱패스가 폭발적 스피드를 내세운 손흥민의 추가골로 이어졌던 그 장면.

정서적 얼룩도 남겼다. 1,2차전에 연거푸 페날티킥의 빌미가 된 수비수 장현수를 향한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 세례. ‘입국 금지란 말까지 나와 비난이 도를 넘었다. 골 앞 혼전 상황에서 몸을 던져 막으려 최선을 다한 것그러다 나온 실수일진대, 고의성이 전혀 아닌 건 왜 생각지 못하는가. 어린 선수에게 보낸 악플에 가슴 아렸다. 일그러진 언어폭력이 얻어 낼 건 아무 것도 없다. 실수를 관용과 긍정의 따뜻한 눈길로 감싸 줘야 발전한다

16강에 못 갔지만 희망을 밝혔다. 다만 여기서 만족해 버리면 뒤가 공허하다. 독일 전에서 본 희망을 더한층 끌어올리는 게 우리가 풀어야 할 당장의 과제다. 우리 선수들 수고 많이 했고, 장하다. 하지만 이 환희가 다음 카타르로 이어져야 한다. 긍정의 마인드가 새 신화를 쓰기 위한 활기찬 도전의 에너지로 변환 돼야 한다는 뜻이다.

마르켈 독일 총리가 한국에 패배하자 매우 슬프다고 했다. 패배의 순간을 응시하는 국가원수의 눈빛이 슬퍼 보였다.

우리는 월드컵에서 막강 독일을 이긴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됐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다. 지금도 들린다. 목 터져라 외치던, ‘~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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