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이야기
장마당 이야기
  • 제주신보
  • 승인 201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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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북한의 암시장을 ‘장마당’이라 한다. 1994년 김일성 사후 ‘고난의 행군’ 시절에 국가 배급체계가 무너지자 형성됐다고 한다.

당시 100만여 명이 굶어 죽는 걸 본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자력갱생의 관념을 체득했다. 좌판을 펴고 식료품 등을 팔며 돈을 벌었다.

그렇게 장마당에서 무허가로 물건을 파는 사람을 ‘메뚜기’라 불렀다. 배급 중단이 장기화돼 장사라도 해서 연명하려는 생계형 장사꾼들이다. 장세(場稅)를 내도록 돼 있지만 판매대 숫자는 제한돼 있고 생계 꾸리기가 막막하다 보니 메뚜기가 자꾸만 늘어났다.

장마당은 현재 480여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750곳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성지도로 파악하면 장마당을 모두 합한 면적이 일산 신도시보다 넓다고 한다.

▲북한에선 장마당이 외부세계의 소식을 전파하는 공간이 되는 모양이다. 공개 처형, 홍수 등 여러 지역의 큰 사건을 전해 듣는 곳이 장마당이라는 것이다.

예전엔 북한 전역에 소식이 알려지는 데 한 달 정도 걸리던 게 요즘은 2, 3일이면 퍼진단다. 장마당이 ‘뉴스의 허브’ 역할을 하는 셈이다.

때문에 북한은 2009년 1월 장마당을 폐쇄했다가 5개월 만에 무릎을 꿇고 허용한 일도 있다. 정보 확산의 파장이 두렵긴 해도 배급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장마당을 없앨 수도 없는 처지다.

게다가 눈치 빠른 관료들은 시장에 뛰어들어 권력을 배경으로 돈을 벌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장사 잘되는 자리를 검열 명목으로 강탈한단다. 그야말로 장마당은 북한 정권에 계륵 같은 존재다.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그 규모가 GDP(국내총생산)의 30%에 육박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돈이 몰리자 당 간부들이 장마당 판매대를 차지하려고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는 것이다. 웬만한 외화벌이와 맞먹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고위 관료와 그 가족은 장마당에 얼씬조차 못 하게 돼 있지만 힘없는 주민들은 후환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 한다. 그래서 북한에는 당이 둘인데, 하나는 노동당이고 다른 하나는 장마당이라는 말이 나돈단다.

보통 시장경제가 도입돼 1인당 GDP가 5000달러 수준이면 사회주의 정권이 흔들린다고 본다. 1당독재와 시장경제 그리고 핵미사일. 이 모든 걸 한 그릇에 담아내는 기적이 이뤄질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