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침묵할 순간과 기다릴 때를 안다. 가야 할 때를 알고 머물때를 판단하며 도리와 사명에 성실하고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성찰한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원하던 내일이었다.’는 소포클레스의 말을 되새겨 본다….’(수필 노년의 삶 중)
산수에 이르른 수필가의 글들은 묵직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지만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는 시기인 만큼 글에는 남다른 의미가 내포돼 있다.
문두흥 작가가 팔순을 맞아 두 번째 수필집 ‘내려오는 길’을 펴냈다. ‘오르막보다 내리막길이 더 위험하고 어렵다.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며 분수를 알아야 한다. 내려올 때 잘 내려와야 아름답다. 그래야 오를 때보다 두 배의 기쁨을 얻는다.’는 표지에 쓰여진 그의 글처럼 수필집에는 한 인생을 이어온 굴곡진 삶의 모습이 담겼다.
1부와 2부에는 일반 수필을, 3부에는 삶의 현장을, 4부에는 기행 수필을, 5부와 6부에서는 추억의 회상을 엮었다.
작가는 “내놓기 부끄러운 졸작이 많지만 언젠가는 독자의 질정을 받아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자연에서 보거나 듣고 느낀 체험에서 얻은 지나온 삶의 한 편린의 기록이다.”고 밝혔다.
김길웅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을 통해 “수필이란 제한된 용량에 다양한 소재를 담은데다 맛깔까지 곁들여 작품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다”며 “이런 것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극대화 하고 있고, 결말만 하더라도 한 컷 동영상으로 영화의 라스트 신을 보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일상 속에서 따라 흘러가는 그의 삶을 짧은 수필을 통해 즐겨보면 어떨까.
정은출판 刊,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