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교실, 공기청정기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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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실 미세먼지를 거르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들여놨더니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한다. 지난 5월 도내 초등교실 579군데에 공기청정기를 시범 운영한 이후 미세먼지는 평균 62% 줄어든 대신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대 2500ppm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이 최근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공기청정기 효용성 검증 용역’ 결과다.

이는 학교보건법상 교실 안에서의 공기질 기준인 이산화탄소 농도 1000ppm보다 2.5배나 높은 수치다. 미세먼지가 들어오지 않도록 출입문과 창문을 닫은 채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다 보니 아이들이 호흡하면서 뱉어낸 이산화탄소가 교실에 가득 차 엉뚱한 부작용이 나온 거다. 실내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졸림과 현기증, 두통 등으로 학업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누구나 아는 바, 실내에 쌓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환기’다. 하지만 근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공기청정기를 도입했지만 그마저 엉뚱한 문젯거리를 일으키는 거다. 결국 교육부가 3년 안에 전국의 모든 학교와 유치원 교실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끝내려는 조급증이 미봉책을 부른 셈이다.

교실 안 공기청정기 보급은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해 학생들의 건강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다. 그런 면에서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들더라도 가장 좋은 선택지가 무엇인지를 가려 시설해야 한다고 본다. 전문가 해법은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모두 잡을 수 있는 환기설비에 있다고 한다. 허나 이 역시 공기청정기보다 두세 배 비싼 비용이 문제다.

도교육청은 내년까지 59억여 원을 들여 도내 2860군데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할 계획이라 한다. 도의회는 예산 심의 때 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차선책과 중복투자 우려는 없는지 등을 잘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특히 학교 여건별 우선순위와 적정시공을 헤아리는 맞춤형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장기적으론 학교 환경 기준을 고치는 학교보건법 개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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